대기업에 다니는 최 과장(41)은 주말마다 서울 경기 세종 등 전국 각지의 부동산을 둘러보느라 바쁘다.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아내 이씨(40)의 부동산 공부에 동행하는 것이다. 이씨는 결혼 이후 10년 넘게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3년 전 공인중개사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퇴직 후 함께하기에도 공인중개업소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2년간의 수험 생활을 거쳐 지난해 시험에 합격했다. 지금은 서울 강남의 공인중개업소에서 일하며 업무 요령을 배우고 있다.예나 지금이나 노후 준비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자식들 학원 보내다 보면 어느덧 퇴직이 코앞이다. 더 나은 노후를 보내기 위해 부인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것은 물론 창업의 길을 택하기도 한다. 남편들도 먼저 취업을 제안하고 뒷바라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김과장 이대리들의 다양한 사연을 들어봤다.가정주부에서 ‘공시족’으로매달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집안의 대차대조표를 맞출 수 없는 순간이 생긴다. 가정주부에서 구직자로 변신하는 사례의 상당수는 이때 시작된다. 서울 강동구의 주부 이씨(42)의 경우도 그렇다. 그는 최근 구청에서 진행하는 재취업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그는 중소기업에 다니다 8년 전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해왔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공무원인 남편의 벌이만으론 생활비 감당이 힘들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뷰티 자격증을 따서 상담 일을 할 계획이다. “남편도 외벌이가 힘들었는지 서점에서 적성검사 책까지 사와서 격려를 해주더라고요. 맞벌이를 안 하면 애들 교육비 감당이 힘들다 보니 요즘엔 집에서 애나 보라고 말하는 남편을 찾기가 더 힘들어요.”석유화학계열 대기업에 다니는 이 과장도 아내에게 사회복지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권했다. 이 과장의 아내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결혼한 뒤 출산과 육아에만 전념했다. 이 과장은 “아내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며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해도 노후 준비에 공무원 연금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중견 건설회사를 다니다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인 김 대리(33)는 애를 보는 시간보다 책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올해 채용인원이 대폭 늘어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는 남편의 조언 때문에 ‘공시족’이 됐다. 회계사인 남편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라며 노트북을 사주고 수험 생활 지원에 나섰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도 번갈아가며 아이를 봐주신다. 건설회사 특성상 야근이 많아 육아가 힘들다는 점도 ‘늦깎이 수험생’이 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다. 김 대리는 “합격에 5년이 걸려도 좋으니 천천히 준비하라는 남편에게 낚여 공부를 시작했다”며 “남편의 수입과 근무시간이 불규칙하다는 점을 고려해 퇴근이 빠르고 수입이 안정적인 공무원을 택했다”고 설명했다.아내 합격 위해 처가살이도 불사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강 과장(38)은 작년 아내가 둘째를 낳자 처가와 살림을 합쳤다. 뜻하지 않은 처가살이의 이유는 아내가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해서다. 아내는 결혼 전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포기하고 일반 사기업에 취직했지만 임용고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처음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강 과장은 노후까지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 교사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반 회사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처가살이가 불편하긴 해도 아내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장인 장모를 비롯해 모든 식구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중견 건설사에 다니는 김 부장(42)은 지난 8년간 아내의 석·박사 공부를 뒷바라지했다. 박사 과정 중 임신한 아내가 출산 80일 만에 조교로 복직하도록 자동차까지 사주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의 아내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년간 시간강사, 전임강사로 일한 끝에 마침내 경기도의 한 전문대학 교수에 임용됐다. 김 부장은 “아내가 교수에 임용되면서 우리 부부의 노후 걱정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아내가 7년만 더 일하면 정년교수 지원이 가능한 데다 20년을 일하면 사학연금도 나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직장 내팽개치고 내조 ‘올인’하는 남편들아내 내조에 올인하는 남편도 있다. 본인 직장보다 아내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경우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최 주임(31)이 여기에 속한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여자친구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그는 2년 전 화학과를 졸업하고 의전원 진학을 고민하던 여자친구에게 ‘내가 돕겠다’고 거들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사는 그는 매주 주말이면 성북구에 있는 여자친구 집에 가서 밥을 해주고 집안 청소까지 대신해준다. 결혼 준비도 온전히 그의 몫이다. 결혼을 약속한 뒤로는 돈 관리까지 맡았다. 피로가 누적된 최 주임은 한직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의사가 되면 회사를 그만두고 집안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해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수의사 엄씨(33)는 개업을 포기했다. 친한 선배 중에서도 개업했다가 망한 사례가 많아 괜한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대신 변호사인 아내의 수입을 잘 굴리는 일에 몰두하기로 했다. 동물병원 페이닥터인 엄씨의 수입은 연 5000만원 수준이지만 아내의 수입은 2배에 가깝다. 하지만 아내는 재테크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하다.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인 데다 주말마다 출근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엄씨가 재테크를 도맡기로 했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부동산, 주식 투자 강의를 듣고 있다. 그는 “최근 뜨고 있다는 지역의 오피스텔을 한 채 샀다”며 “정부 정책을 보고 아파트 투자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명절만 없어져도 자신 있게 주변에 결혼하라고 권할 수 있을 듯하다. 첫 명절 지내고 나니 왜 결혼했나 싶더라.”(네이버 아이디 aria****)지난달 18일자 김과장 이대리 <추석 연휴 앞두고 ‘고민이 풍년’> 기사는 시댁 중심의 명절 문화 개선을 바라는 여성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전히 여성의 희생을 요구하는 명절 문화로 인해 ‘비혼’이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독자가 많았다.네이버 아이디 ‘kimd****’는 “엉뚱한 곳에서 결혼·출산장려 (대책을) 찾는 것 같아요. 명절문화, 시댁문화만 바뀌어도 진짜 결혼 많이 할 듯하다”고 댓글을 적었다. 네이버 아이디 ‘ehdi****’는 “젊었을 때는 참 깨어 있는 것 같은데 왜 애 낳고 시어머니 나이쯤 되면 영~다른 사람이 될까”라고 꼬집었다.명절엔 각자 부모님 집에 가거나 설과 추석에 번갈아 친정과 시댁에 가자는 의견도 많았다. 네이버 아이디 ‘nage****’는 “명절마다 각자 부모님 집에 가서 원래 가족과 편안한 시간 보내고 쉬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blac****’도 “연애, 결혼 무조건 반반. 명절 때 각자 집으로 갔으면”이라고 남겼다. 네이버 아이디 ‘choc****’는 “설과 추석 중 번갈아가며 한 번씩 (가자)”라는 댓글을 달았다.결혼 언제 할 거냐는 질문 세례에 대처하는 방법들도 댓글로 이어졌다. 네이버 아이디 ‘kjbn***’는 “친척들이 결혼 언제 할 거냐고 물으면 ‘이혼 언제 하세요’라고 동문서답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다시는 결혼 얘기를 안 꺼낼 것이란 설명이다. ‘hilk****’는 “결혼 언제 하냐고 물으면 ‘학벌, 직업 좋고 재산 있는 사람 있으면 소개해주시겠어요’라고 답하라”고 제안했다.허란 기자 why@hankyung.com
김포공항은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국내 대표 공항 자리를 내놓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김포공항은 항공업계의 중심지로 통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항공사 본사를 비롯해 한국공항공사, 한국항공협회 등 관련 기관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대한항공 캐터링센터 건너편에 있는 ‘80년 전통 원조순대국’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찾는 직장인의 단골집이다. 순댓국이 대표 메뉴다. 누린내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에 순대와 머리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속이 꽉 찬 대창순대와 잡내를 제거한 머리고기 등 안주류도 준비돼 있다.인근에 있는 ‘전주뜰 콩나물국밥’은 과음한 다음날 해장식을 찾는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다. 15가지 천연재료를 넣어 맑게 우린 국물이 일품이다. 고소하고 담백한 국물맛을 원한다면 들깨가 들어간 ‘담백콩나물 국밥’을 추천한다. 막걸리에 각종 한약 재료를 넣고 끓여 알코올 성분을 없앤 모주도 해장술로 인기다.회식하기 좋은 식당으로는 ‘잔치잔치’가 있다. 뜨거운 물에 푹 삶아 투박하게 썰어낸 문어숙회는 통통한 살이 쫄깃쫄깃하게 씹혀 소주 안주로 제격이다.주꾸미 구이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꾸이꾸이 돼지촌 쭈꾸미’를 찾으면 된다. 이곳의 주꾸미 구이는 모양새부터 남다르다. 주꾸미 위에 고춧가루로 양념한 부추가 한가득 올려져 있다. 주방에서 주꾸미가 최적의 상태로 익어 나오기 때문에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양꼬치 전문점 ‘장성양갈비’는 퇴근 후 시원한 맥주를 찾는 직장인을 사로잡는다. 저녁이면 숯불 위에 노릇하게 구운 양꼬치에 청량한 중국 맥주를 곁들여 먹는 직장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