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영어마을 어디로…혈세 날리고 40%가 문닫거나 용도 바꿔
“(영어마을은)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영어권 언어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영어공교육의 혁명이다.”

2004년 ‘국내 1호 영어마을’인 안산영어마을을 세우면서 손학규 당시 경기지사가 한 말이다. 하지만 안산영어마을은 개원 첫해 118억원 손실을 기록한 뒤 만성적자에 시달리다 2012년 문을 닫았다.

안산영어마을뿐만이 아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설립된 전국 영어마을 28개 중 약 40%인 11개가 문을 닫았거나 다른 기관으로 용도를 바꿨다.

파주영어마을과 양평영어마을은 한류트레이닝센터, 소프트웨어교육 등을 하는 체인지업캠퍼스로 활용되고 있다. 안산 하남 대전의 영어마을은 평생교육원으로 간판을 바꿨고, 강진외국어타운은 귀농사관학교로 변신했다. 목포영어마을은 1년간 방치되다 최근 수학교육체험센터로 개편됐다. 상당수 영어마을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세금 수조원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영어마을 몰락의 원인으로 교육철학 부재를 꼽는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영어교육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 없이 시설부터 짓기 시작한 게 영어마을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며 “정부의 교육정책 혼선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