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범죄수익 명목으로 추징된 26조5000억원 가운데 실제 환수액은 0.42%인 11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에 추징금에 대한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 권한을 주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법무부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체 범죄수익 추징금의 87%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추징금(22조9400억원)이었다. 김 전 회장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 추징금을 제외한 ‘실질적 환수율’도 3.1%에 그쳤다. 같은 조건의 2014~2015년 환수율(3.3~3.4%)보다 낮았다.

10억원이상 추징 대상자와 추징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작년 대상자는 85명으로 2015년(41명)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고, 금액도 같은기간 29.7% 늘어난 2162억원을 기록했다. 10억원 이상 추징대상자의 죄명으로는 관세법 위반이 가장 많았고, 변호사법위반, 국민체육진흥법위반, 밀수·부정수입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 등이 뒤를 이었다. 송기헌 의원은 “범죄수익 추징금 시효는 3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시효연장을 하지 않는 이상 환수가 불가능하다”며, “집행기관인 검찰이 좀 더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보통 법원에서 추징금 선고가 확정되면 검찰은 30일간 독촉을 거쳐, 재산에 대한 압류, 경매 등 민사적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일부 범죄를 제외하곤 검찰의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이 불가능해 ‘차명재산’으로 숨긴 재산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다.

벌금형의 경우 노역장 유치로도 집행이 가능하지만, 추징금은 노역장 유치도 불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도구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형이 확정되기 전 수사단계에서 범죄수익을 압류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들어 검찰이 범죄수익 관련 전담 조직을 잇따라 신설하면서 ‘형 확정 전 범죄수익 보전 조치’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 대검찰청 범죄수익환수과(김민형 과장)와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박철우 부장검사)가 신설됐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불법 해외재산 도피는 어느 한 부처의 개별적인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합동조사단을 설치해 추적조사와 처벌, 범죄수익환수까지 공조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지시하면서 조직은 더 확대됐다. 지난 6월 대검은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보분석원(FIU) 등과 범정부 합동조직인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이원석 단장)’ 가동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에 별도 조직이 생긴만큼 올해말이 지나면 환수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