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배우니 휴대폰이 나를 세상 속으로 밀어줘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나는 글을 모르니까 멀찌감치 서서 ‘얼마나 재밌기에 저럴까’ 부러워만 했죠. 문해(文解)교실에 다닌 뒤로는 스마트폰이 나를 세상 속으로 밀어주는 기분이에요.”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도순 씨(64·사진)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은행 업무처럼 글자를 쓸 일이 있을 때마다 주눅이 들었다. “늘 배움에 갈증이 난 채 살았다”는 김씨는 지난해 1월 며느리가 집 근처 관악구청 평생학습관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다고 권하면서 다시 연필을 잡았다. 문해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는 “한글 공부를 하고 나니 배울 게 참 많아서 신이 난다”며 “문해교실에서 스마트폰 사용법도 가르쳐줘 학생들끼리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좋은 시나 사진을 공유하곤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이야기를 ‘세상으로 밀어주는 휴대폰’이라는 시와 그림으로 풀어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9월 ‘문해의 달’을 맞아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회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공모전 수상식을 연다. 김씨 등 10명이 최우수상을 받는다. 서천군청 행복서천 문해교실에서 공부한 장현명 씨(74)는 한글을 배운 뒤 처음으로 후보자 이름 세 글자를 읽고 투표한 설렘을 시화로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국내 18세 이상 성인 중 약 311만 명(7.2%)은 일상생활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