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배우니 휴대폰이 나를 세상 속으로 밀어줘요"
'2018년 대한민국 문해의 달' 행사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도순 씨(64·사진)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은행 업무처럼 글자를 쓸 일이 있을 때마다 주눅이 들었다. “늘 배움에 갈증이 난 채 살았다”는 김씨는 지난해 1월 며느리가 집 근처 관악구청 평생학습관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다고 권하면서 다시 연필을 잡았다. 문해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는 “한글 공부를 하고 나니 배울 게 참 많아서 신이 난다”며 “문해교실에서 스마트폰 사용법도 가르쳐줘 학생들끼리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좋은 시나 사진을 공유하곤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이야기를 ‘세상으로 밀어주는 휴대폰’이라는 시와 그림으로 풀어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9월 ‘문해의 달’을 맞아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회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공모전 수상식을 연다. 김씨 등 10명이 최우수상을 받는다. 서천군청 행복서천 문해교실에서 공부한 장현명 씨(74)는 한글을 배운 뒤 처음으로 후보자 이름 세 글자를 읽고 투표한 설렘을 시화로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국내 18세 이상 성인 중 약 311만 명(7.2%)은 일상생활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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