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350억원대의 다스 자금 횡령과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구형은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지 150일 만이자, 5월 초 첫 재판에 들어간 이래 넉 달 만에 이뤄졌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부패 사건으로 엄정한 법의 심판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을 구형했다.

다음은 검찰의 구형의견 전문.

이 사건은 최고 권력자였던 제17대 대통령의 총체적 비리 행각이 낱낱이 드러난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수사를 통해 피고인이 온 국민을 상대로 자신과 무관함을 강변하던 다스를 사금고처럼 이용하고, 다스의 140억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국가 기관을 동원하는 등 권한과 영향력을 부당하게 사용해 사적 이익을 취득하고 부정부패를 벌인 행각이 드러났다.

또 피지휘 감독 기관인 국정원의 수장으로부터 자금을 상납받거나 공직 임명을 희망하는 사람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는 등 전형적인 독직 행위도 확인됐고, 이로 인해 대통령이 수행하는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피고인은 범죄 혐의를 일체 부인하며 그 책임을 지시받아 피고인을 위해 일했던 측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다스 법인 자금 횡령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직접 다스로 보내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던 전 다스 대표 김성우 등을 오히려 파렴치한 횡령범으로 몰고 있고, 법인세 포탈의 경우 자신이 아니라 조카이자 전 다스 총괄 부사장인 이동형이 최종 책임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직권남용과 뇌물수수의 경우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김백준이 뇌물을 받은 후 피고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김백준을 치매 환자로 몰며 그가 한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피고인이 책임을 전가하는 이들은 모두 이 사건 범행의 정점이자 최종 행위권자로 단 한 사람, 바로 피고인을 지목하고 있다.

객관적 물증 역시 이 사건 범행의 정점으로 피고인을 가리키고 있다.

인적 물적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면 이 사건의 궁극적 책임자란 사실은 명백하고, 공소 제기된 내용 모두 피고인을 한가운데 두지 않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양형 사유에 대해 말한다.

첫째, 피고인은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

피고인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대통령으로 선출됐음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직무 권한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했고,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 기관과 공조직을 사익 추구에 동원해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질서, 직업공무원제 등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 가치를 유린했다.

그 결과 피고인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범죄로 구속된 역대 네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돼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둘째, 피고인은 다스 소유관계와 관련해 국민을 기망했다.

실소유주로서 349억에 달하는 법인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하는 등 다스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수사기관, 더 나아가 국민에게 이를 철저히 은폐했다.

다스 실소유주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던 도곡동 땅, BBK 문제에 대해서도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국민을 기만함으로써 대한민국의 17대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었다.

결국 이를 숨긴 채 대통령의 지위를 누렸던 것이다.

취임 후 갖가지 범죄 행위를 저지른 사실 또한 수사결과 확인됐는데, 범죄 혐의뿐 아니라 다스와 자신의 관계조차 철저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셋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상 권한을 사유화했다.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크게 논란이 됐던 다스 관련 문제는 피고인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에도 안정적 국정 운영 차원에서 관리돼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남용해 청와대 참모 등 공무원들로 하여금 다스의 미국 소송 지원을 검토하게 했고, 다스 차명주주 김재정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절감 방안 마련하게 했다.

또한 피고인은 국정원 자금을 상납받음으로써 대통령과 국정원장 사이의 금전적 유착관계를 형성했다.

국정원을 대통령을 위한 사적 활동 기관으로 전락시킨 바, 이는 모두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이 사유화되고 남용된 결과라고 할 것이다.

특히 피고인이 김경준을 압박할 목적으로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과 에리카 김의 남편 뒷조사 방안까지 검토하게 한 정황이 확인됐고, 김재정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절감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탈세 방안까지 검토하고 보고하게 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사유화한 국가권력을 이용해 범죄 행위까지 계획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헌법 7조는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 원수로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그 누구보다 국민 전체를 위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사익 추구를 위해 그 권한을 남용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할 것이다.

넷째, 피고인은 대통령의 본분을 망각하고 재벌과 유착했다.

피고인은 당선이 유력한 대선 후보 지위를 이용해 재계 1위 삼성그룹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고, 그때부터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까지 약 4년간 은밀한 방법으로 약 68억원이란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

이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최고 권력자의 극단적인 모럴 해저드 사례라고 할 것이다.

삼성그룹은 거액의 뇌물을 최고 권력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회장 이건희와 핵심 임원들의 특별사면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금산분리 법 완화까지 받아내는 등 속칭 '남는 장사'를 했고, 이 사건을 통해 정경유착의 폐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섯째, 피고인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다.

2007년 12월 19일 우리 국민은 정직하고 경쟁력 있는 지도자를 원하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고 피고인은 서민 대통령, 경제 대통령임을 자처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국민이 여망을 담아 위임한 권한을 마치 당연한 전리품처럼 여기며 남용했다.

현직 대통령이 국회의원직과 대형 금융기관장 직 등을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챙기고 실제 그 자리까지 챙겨준 바, 이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부패 사건으로 그 자체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특히 대통령이란 지위에서 나오는 막강한 영향력을 토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권을 사유화해 대의제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점에서도 엄정한 법의 심판이 불가피하다.

여섯째, 피고인은 반성 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피고인은 3천402건에 이르는 대통령기록물을 자신이 소유한 영포빌딩으로 무단 반출하고 5년간 이를 은닉했다.

은닉한 기록물에는 이 사건의 주요 증거들이 다수 확보돼 있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재임 시절 법조계 언론계 교육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이념 편향적 정책을 추진한 문건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결국 피고인은 퇴임 시까지도 자신의 중대 범죄를 은폐하고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퇴임 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혐의 일체를 부인하며 한 차례 검찰 조사에만 응했을 뿐, 이후 추가 조사와 본 법정에서의 피고인 신문조차 거부하는 등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답변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지시에 따라 범행을 도운 사람들이 마치 주범인 것처럼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바, 전직 국가원수의 이런 무책임한 행동에 진솔한 사과와 해명을 원했던 국민은 더 깊은 좌절과 실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에 대한 구형의견을 말하겠다.

지난 2년간 전직 대통령들이 연달아 구속되는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하루빨리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심각하게 훼손된 헌법 가치를 재확립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피고인은 다스를 차명으로 지배하며 회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 비용 및 정치자금에 이용했고, 그 과정에서 세금까지 포탈했으며, 자신이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자 국가공무원들을 동원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취임 전후로 피고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하는 대기업과 피고인을 통해 고위 직책을 얻으려는 사람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고, 국가 안보에 쓰여야 할 국민 혈세 즉 국정원 예산까지 상납받아 사용하는 등 한 국가의 대통령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일련의 행태를 보였다.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남용한 것을 넘어 이를 사유화했고, 부도덕한 결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권한 행사를 통해 국가 운영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음에도 역사와 국민 앞에 그간의 잘못을 고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자신의 지시를 따른 측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따라서 피고인이 저지른 반헌법적 행위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무참히 붕괴된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의 근간을 굳건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죄질 관련 요소 등 모든 양형 사유들과 법정형, 이 사건에 적용되는 대법원 양형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검찰은 다음과 같이 구형한다
피고인에 대해 징역20년,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4천131만7천383원을 구형하는 바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