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제이 마터 "유엔 물자조달은 연 18조 시장… 한국 中企의 글로벌 진출 기회"
“유엔은 해마다 국제 구호물품을 조달하는 분야에 100억달러 이상 투자합니다. 한국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산제이 마터 유엔프로젝트조달기구(UNOPS) 아시아지역 총괄(사진)은 지난 21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UNOPS는 국제협력기구들이 세계 곳곳에서 추진하는 구호·개발사업의 물품 조달 및 공급체계 관리 등을 지원하는 기구다.

마터 총괄은 오는 11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열리는 ‘2018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스마트 기술 및 조달 전시회·콘퍼런스(STS&P 2018)’를 앞두고 민간단체,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공적개발원조(ODA) 시장이 국제적인 비즈니스 무대라고 강조했다. 유엔 기구의 전체 조달 규모는 2016년 기준 177억달러(약 18조원)에 달했다. 이 중 한국이 차지한 비중은 1.21%(약 2420억원)에 불과했다.

마터 총괄은 “한국 기업과 정부의 기여도가 더 높아지길 바란다”며 “민간 업체들이 유엔과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은 매우 다양하다”고 했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 ODA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를 봤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출산율이 높고 의료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건축 분야의 한국 기업들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마터 총괄은 ODA와 같은 기업들의 사회적 기여를 늘리려면 정부가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팩트 투자 시장은 전 세계 운용 자산 규모가 120조원을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펀드 구성을 논의하는 걸음마 단계다.

그는 “임팩트 투자도 본질적으로는 이윤을 추구하는 투자행위”라며 “정부가 위험 부담을 덜어주고 지원책을 늘린다면 자연스레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UNOPS는 11월 열리는 STS&P 2018을 통해 한국 기업들과 사업을 함께할 계획이다. 마터 총괄은 “STS&P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ODA 시장 참여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