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올해 2학기 경영학 복수전공(복전)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누적 평균 4점대 학점을 유지해온 A씨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상경계 복전을 위해 신입생 때부터 철저하게 학점을 관리해 왔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점 4.1도 경영·경제 복수전공 '탈락'
14일 서울대에 따르면 경영학과 2학기 복수전공 합격 커트라인 학점(문과 기준)은 4.1점(4.3점 만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원자 수도 37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급증했다. 경영학과 ‘복전 커트라인’은 올해부터 선발 인원의 40%를 이과 학생들에게 배정한 이후 급상승하고 있다. 3.7~3.8점대 수준이던 합격 안전선은 지난 1학기 3.9점대로 뛰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4.0점을 넘어섰다. 문과 학생들 간 경쟁률만 7대 1에 달했다. 이과 학생들의 커트라인은 3.7~3.8점대로 알려졌다.

서울대 경제학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학기 복수전공 학점 커트라인이 역대 최고인 4.1점으로 확인됐다. 경영·경제학부 진입이 어려워지자 경제학사를 수여하는 농경제사회학부나 일부 기업에서 상경계로 인정하는 소비자학과 등을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사례도 늘었다.

이 같은 상경계 인기는 인문·사회계 학생들의 고질적인 취업난과 로스쿨 진학을 위한 극심한 학점 경쟁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인문대에 재학 중인 윤모씨(25)는 “대기업들이 이공계 아니면 상경계 졸업생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문대생들은 로스쿨 진학 외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그게 아니라면 상경계 복전으로 ‘전공 세탁’이라도 해놔야 한다”고 털어놨다.

저학년 학생들이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학점 관리에 ‘올인’하면서 학점 인플레 현상도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높은 학점을 얻기 위해 전임교수보다 시간강사를, 정규학기보다는 계절학기를 선택하는 등 일명 ‘꿀수업’을 골라 수강한다”며 “이 때문에 계절학기 전공수업을 전임교수만 강의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경계 쏠림’이 획일화된 인재만 양산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강성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학점 컷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면 복수전공의 중요한 역할인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단과대학별 선발 쿼터나 학점 이외 다른 기준을 도입하는 등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