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돌사고 현장. 경찰관이 출동해 현장 조사를 시작하자 순찰차에서 작은 드론이 떠오른다. 도로에 사고가 난 줄 모르고 달려오고 있는 차량에 접근해 “전방에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니 속도를 줄이라”고 신호를 보낸다.
순찰차용 이착륙 드론에 휴대용 접이식 방패까지
공상과학(SF)소설에 나올 법한 얘기지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2차 사고 방지 드론 시스템’은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치안현장 맞춤형 연구개발 시범사업(폴리스랩) 과제 중 하나다.

경찰청과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로 치안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폴리스랩 사업 신규 과제 6개를 선정했다고 2일 발표했다. 정부는 이들 과제에 2020년까지 총 120억원을 지원한다. 폴리스랩 사업에서 개발된 기술은 이르면 2021년부터 현장에 도입된다.

순찰차용 이착륙 드론에 휴대용 접이식 방패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평소 휴대하고 다니다가 유사시에 버튼을 누르면 펼쳐지는 방패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경찰에서 쓰고 있는 방검복·방탄복은 무겁고 갈아입기도 불편하다는 데 주목해 아이디어를 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느닷없이 흉기를 휘두르는 등 위급 상황에서 방패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2시간 걸리는 신원확인 절차를 대폭 줄여주는 기술도 나온다. 에코스솔루션이 고안한 지문식별 시스템이 완성되면 경찰관이 휴대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지문을 스캔해 그 자리에서 60초 안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경찰관이 미아, 치매 노인 등 대상자를 경찰서에 데려간 뒤 현장에서 신원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확인이 이뤄졌다.

이 외에도 신고자·구조요청자 위치확인 정확도를 높여주는 기술, 성범죄 피해자를 상담해주는 인공지능(AI) 챗봇,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 제보·분석 시스템이 폴리스랩 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이들 과제는 ‘대국민 과학치안 아이디어 공모전’과 ‘국민, 현장경찰, 연구자 대상 수요조사’ 등을 벌여 기술전문가와 현장 경찰관들이 함께 평가 과정에 참여해 뽑았다.

이영호 과기정통부 사무관은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기보다는 바로 개발할 수 있는 사업과제를 선정해 일선 현장에서 즉시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치매 노인 및 미아 실종문제, 성범죄 2차 피해 등 생활과 밀접한 현안을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