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송 패소가 잇따르고 배상금 부담도 커지면서 이번 기회에 ‘국가 송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구로농지 사건’ 등 특별한 변수 때문에 올해 배상금이 급증했지만 매년 1500억~2000억원씩 고정적으로 나가는 배상금은 법조 전문인력만 제대로 갖췄어도 충분히 줄일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법률회사(로펌) 변호사는 “법무부는 소송 대응 예산을 아끼기 위해 그동안 검사 변호사를 최대한 적게 쓰고 법무관을 늘려왔다”며 “법리적 방어력에서 민간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국가송무과에는 검사 변호사 등 전문인력이 네 명뿐이다.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담당하는 법무부 국제법무과에는 검사 변호사 등이 6명에 불과하다.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중앙부처의 국가소송 지휘 조직이 단일 ‘과’ 단위로 존재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국가 소송을 지휘하는 연방법무부 민사국에 1100여 명의 검사 등 법조 자격자가 근무한다. 일본은 법무성 송무국에 40여 명의 검사 판사 등이 있고, 영국도 정부법무국에 460여 명의 변호사를 갖췄다.

정부 소송을 대리하기 위해 2008년 설립한 정부 로펌인 정부법무공단도 대규모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각 부처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사건 수임을 맡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 소송 시 공단 수임 비율은 3분의 1(34.4%)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 관계자는 “매년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민간 로펌과 경쟁 없이 지내다 보니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