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 암기식 '서당교육'은 실업자 양산"
교육개혁추진위 토론회
윤증현 "사교육 없애기 목표로 삼는 정책은 본말전도"
이주호 "ICT 접목한 '에듀테크' 교실, 현장에 도입해야"
김승유 "자사고 폐지 대신 일반고 교육 다양화해야"
◆“강의식 교육모델 폐기해야”
시민단체 바른사회운동연합의 교육개혁추진위원회는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란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신영무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정일화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이 전 장관은 “대입제도 개편에 온 나라가 매달려 있을 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교육혁명부터 서둘러야 한다”며 “250년 넘게 유지된 대량생산 방식, 강의식 교육모델은 이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약 65%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업을 가질 것으로 예측됐다”며 “시험문제만 잘 푸는 과거형 인재는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돼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교과서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교육을 접목한 에듀테크를 현장 교실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사가 모든 학생에게 각각 최적의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교사 재교육을 늘리고, 석사학위 이상을 받고 1년 교생실습을 해야 교사가 될 수 있는 핀란드처럼 교사 양성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서당 교육’ 답습”
시대에 뒤처진 교육이 공교육 불신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부회장은 “공교육을 불신하는 이유는 학교에서 배운 걸 사회에서 써먹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지식과 정보 생산주기가 짧아지고 있는데 학교 교육은 암기식 ‘서당 교육’을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도 “이제까지 공교육은 ‘사교육 없애기’를 목표로 삼는 본말전도 현상을 보였다”며 “사교육 부담을 없애야 하는 건 맞지만 교육의 본질, 즉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이 추진 중인 정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 전 장관은 “세계적으로 교육 대전환의 시기에 한국 교육정책은 표류하거나 역주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는 기존의 교육이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이뤄진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최근 자사고 폐지론 등 교육이 다시 평준화와 획일화로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교육부가 일반고에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원해줘야지 잘하고 있는 자사고를 없애는 식으로 교육 격차를 좁히려 한다”고 꼬집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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