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2014년 4월 사고가 발생한 지 4년3개월, 소송을 제기한 지 2년10개월 만이다.

◆유가족 최대 7억원 받아

'세월호 참사' 4년여 만에 국가배상책임 첫 인정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0부(부장판사 이상현)는 19일 전명선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유족 355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희생자 1명 유족당 3억1400여만~7억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배상액은 1인당 평균 6억750여만원으로 총 723억원에 달한다.

법원은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공무원인 김경일 123정 정장의 직무상 과실을 통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정장은 세월호 사고 현장의 현장지휘관으로서 승객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희생자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선내에서 긴 시간 공포감에 시달리다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와 사망하면서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정장은 2015년 2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희생자 119명의 유족에 대한 배상액에는 희생자와 유족 위자료, 희생자의 일실수입(살아있었다면 만 60세까지 일해서 벌 수 있는 소득) 등이 포함됐다. 희생자 1명에게 인정된 위자료는 2억원이다. 유족 위자료는 배우자 8000만원, 친부모 각각 4000만원, 자녀 2000만원, 형제 1000만원 순이다. 조부모에 대해선 동거 여부에 따라 500만~10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가족 여러 명이 소송에 참여한 경우 희생자들의 일실수입까지 계산하면 최대 7억500여만원까지 지급받는 사례도 있다.

이번 판결의 1인당 평균 배상액은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희생자 182명의 유족에게 지급한 평균 4억원가량의 보상금보다 많은 액수다. 소송에 나선 유족들은 국가의 책임을 법적으로 인정받겠다며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보상금을 거부하고 2015년 9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형 인재에 국가 배상 책임 커질 듯

이날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세월호 사고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상현 부장판사는 “(사고 이후) 약 4년 이상 경과한 지금까지도 침몰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 배상 관련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세월호 사고가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1심 판결로 배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피고(정부)와 원고(유족) 양측 모두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유경근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소송을 제기한 목적은 국가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2심에서는 지금보다 더 큰 책임을 묻는 재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사고 수습에 이미 4500억원의 예산을 쓴 정부로서도 700억원이 넘는 배상은 적잖은 부담이다.

앞으로 대형 재난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정도에 영향을 줄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대형 참사에 국가 배상을 인정한 이번 판결로 경남 밀양 병원 화재사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건 등 재난사건의 국가배상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