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정해 해외에서 탄소배출권을 사서 맞추려던 감축 물량을 대부분 국내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국내 산업계가 떠안아야 할 온실가스 감축량이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감축 목표를 못 맞추면 그만큼 배출권을 구입해 채워야 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정유·화학업계와 철강업계 등에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국제 유가 상승으로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온실가스 두 배 더 감축하라니… '폭탄' 맞은 산업계
환경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을 공개했다. 이번 수정안은 전체 감축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해외 감축량을 최소화하고 이를 국내 감축량으로 돌린 게 핵심이다. 한국은 2015년 12월 맺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8억5100만t으로 추정하고 이 중 37%인 3억1500만t을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이 중 국내 감축분이 25.7%(2억1800만t), 해외 감축분은 11.3%(9600만t)이었다.

정부는 이번 수정을 통해 해외 감축분을 9600만t에서 1600만t으로 줄였다. 비용 분담 등 이행 방안이 불확실하다는 게 이유다. 나머지 8000만t의 감축 부담은 산업, 건물, 수송, 공공 등 국내 부문에서 줄여야 한다.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산업 부문은 BAU 대비 감축률이 기존 11.7%에서 20.5%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의무 감축량은 기존 5700만t에서 9900만t으로 4200만t 증가했다. 해외 감축분(9700만t)의 절반 가까이를 산업계에 떠넘긴 것이다. 정유·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건설업계 등은 가뜩이나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