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희연·조영달·박선영 서울교육감 예비후보 / 사진=연합뉴스 및 박선영 예비후보 제공
왼쪽부터 조희연·조영달·박선영 서울교육감 예비후보 / 사진=연합뉴스 및 박선영 예비후보 제공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교육감 선거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각 후보의 ‘대입 관련 견해’가 표심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대입은 유·초·중등교육을 관장하는 교육감의 직접 결정사항은 아니지만 관심이 집중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맞물려 선거 판도를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경우 진보진영은 조희연 예비후보로 단일화했고 보수진영은 단일화 기구에서 박선영 예비후보를 선출했다. 중도 성향 조영달 예비후보은 ‘정치적 진영 논리 탈피’를 주장하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여기에 보수로 분류되나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곽일천·이준순 예비후보도 있다.

조희연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교육감이며 조영달 후보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박 후보는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을 지낸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다.

올 8월 확정되는 대입 개편 주요 쟁점에 대한 후보들 의견은 엇갈린다. 박 후보는 ‘수능 절대평가 반대’와 ‘정시 비중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희연 후보가 참여하는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연석회의가 공동공약으로 발표한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및 ‘정시 확대 반대’와는 정반대다.

그러나 조희연 캠프는 14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정시 확대에 비판적인 연석회의 공동공약이 조희연 후보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전했다. 실제로 연석회의가 공동공약을 발표한 지난 10일 기자회견에 조희연 후보는 불참했다. 하지만 연석회의는 당시 “일정상 문제로 불참한 후보도 회견문 내용에는 모두 동의해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연 후보는 올 2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대수술’을 거론하며 대입 관련 의견을 낸 바 있다. 주요 대학 입시에서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전형 비율을 가급적 1:1:1로 맞추자고 했다. 지나치게 낮은 주요 대학 정시 비중을 3분의 1 수준까지 제한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반면 조영달 후보는 진영 논리에 입각해 편향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정시 비중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정성 시비, 대입 변별력 문제 등을 감안해 현장 의견 수렴과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교육적 판단’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학종의 경우 세 후보 모두 개편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특히 조영달 후보는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활동 등 학종 요소를 대폭 손질해 개선 수준을 넘어선 ‘획기적 전환’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연 후보는 교사추천서와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비롯해 학생부 비교과 대폭 축소를 제안했었다. 박 후보는 주요 공약 소개 문건에서 ‘학종 간소화’라고만 간략히 언급했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존폐와 혁신학교 평가에서는 확연한 차이점을 드러냈다. △조희연 후보는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혁신학교 확대 △박 후보는 자사고·외고 유지, 혁신학교 축소 △조영달 후보는 자사고·외고 존속하되 100% 추첨 선발방식 도입, 혁신학교 추가지정 중단을 각각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교육감 후보들의 대입 관련 의견 정치 쟁점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포퓰리즘 우려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엄밀히 따지면 대입은 교육감이 정하는 사안이 아니다. 유권자의 궁금증에 대한 견해를 밝힐 수는 있지만 과도하게 이슈화할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선거 구도상으로는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조희연 후보의 현직 프리미엄과 단일화 변수가 전부로 치부되던 이번 선거에 ‘핵심 전선(戰線)’이 그어질 수 있어서다. 한 교육계 인사는 “조희연 후보가 진보 진영의 정시 확대 반대 방침에서 일단 발을 뺀 건 역풍을 걱정한 ‘몸 사리기’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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