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新풍경… 카네이션 대체하는 이색 선물
어버이날 풍경이 변하고 있다. 돈 꽃다발부터 돈 케이크, 모바일 감사 편지까지 이색적인 선물이 속속 등장했다.

‘돈 꽃다발’은 꽃다발비와 약간의 세공 비용에 일정한 용돈을 꽃집으로 송금해 만드는 어버이날 선물이다. 가격 부담에 주로 1만원권을 사용하지만 5만원권을 활용한 꽃다발도 만만찮은 인기다. 자식들의 선물 부담을 덜기 위해 어버이날에 맞춰 여행을 떠나는 부모들의 등장도 신풍속도다.

◆꽃다발과 케이크로 용돈 선물

어버이날 新풍경… 카네이션 대체하는 이색 선물
지난해 대기업 취직에 성공한 박모씨(28)는 ‘돈 꽃다발’을 어버이날 선물로 준비할 계획이다. 돈 꽃다발은 꽃을 돈으로 감싸 꽃다발로 만든 이색 어버이날 선물이다. 박씨는 “예전에는 수입이 없어 카네이션만 드렸는데 올해는 50만원을 보내 돈 꽃다발을 안겨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금’에 대한 부모들의 선호도가 어버이날 선물 문화를 바꿔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SK텔레콤이 2016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뉴스, 블로그, 게시판 등에서 발생한 5만7186건의 데이터를 활용해 어버이날 선물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29%가 어버이날 선물로 용돈을 택했다. 가전·가구와 문화생활(14%), 건강식품(13%), 뷰티제품(12%) 등이 뒤를 이었다.

현금과 작은 선물을 함께 전달하는 용돈박스나 케이크 주변을 현금으로 장식한 돈 케이크도 등장했다. 유튜브에서는 ‘정성’을 들여 손수 돈 꽃다발이나 돈 케이크를 만들 수 있도록 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한 영상이 인기다.

◆‘어버이날, 부담 과도하다’ 지적도

모바일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이들도 늘었다.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주고받거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편지와 효도 쿠폰을 선물하는 방식이다. 방문하려는 거리가 먼 경우에도 ‘안마 3회 무료쿠폰’ ‘항상 건강하세요’ 등의 멘트가 적힌 다양한 쿠폰을 쉽게 전할 수 있어 인기다.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예의를 차리는 선물보다는 현금처럼 솔직하고 ‘쿨’한 선물이 인기”라며 “커피 기프티콘처럼 생활밀착형 쿠폰이 유행하는 등 편의성이 어버이날 선물의 키워드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어버이날은 다른 기념일에 비해 지출 규모가 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32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어버이날 예상 지출액은 평균 25만9000원이다. 이는 스승의날(2만3000원) 등 다른 기념일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연휴 기간에 여행을 떠나는 부모도 적지 않다. 어버이날 눈치에 불편함을 느끼기보다 내 돈으로 멀리 떠나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부담감을 호소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효’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