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 정도 수사로 기소한 건가요"… 재판부도 고개 저은 드루킹 수사
“이런 상황에서 기소를 했단 말인가요?”

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522호 법정에서는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검찰을 훈계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온라인 기사 댓글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 등 피고인 3명에 대한 첫 재판에서 목격된 장면이다. 증거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소한 것 아니냐는 재판부의 의구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번 재판은 한 번의 공판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난 1월 평창동계올림픽 기사의 댓글 공감수를 조작해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단순한 내용이 공소사실의 전부여서다. 피고인들도 죄를 인정하고 있어 길게 끌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며 추가로 공판 기일을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증거로 신청한 압수물 대부분을 경찰이 분석 중이어서 아직 검찰이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구속기한이 짧아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재판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애초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검찰을 힐난했다.

재판부는 “인신구속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로 해야 하는 것이 헌법의 가치며, 피고는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한 현직 법관은 법정에서 판사가 검사에게 큰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부실기소를 에둘러 야단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 매크로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공소장 내용만으로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는 판사의 지적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다음(공소장 변경)에 반영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변호인은 매크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며 손으로 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 실질적으로 네이버의 업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렇다 할 반박을 내놓지 못했다. 매크로 프로그램도 모르고 재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고성이 방청석에서도 터져나왔다. 특검을 요구하는 주장이 늘어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 법정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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