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용 집필기준 시안 공개…6.25 '남침' 표현은 교육과정에 추가
의견수렴 거쳐 교육과정·집필기준 7월 초 확정
역사교과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빠져… 자유민주→민주주의
중·고교생용 새 역사교과서를 만들 때 기준이 되는 '집필기준' 시안(試案)에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졌다.

기존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로 바뀌고, 6·25전쟁과 관련해서는 집필기준 대신 교육과정에 '남침'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한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을 2일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백지화되면서 중·고생들은 2020년부터 새 검정교과서를 쓰게 된다.

정부는 당초 올해부터 학교에서 새 교과서를 쓸 수 있게 지난해 하반기에 검정교과서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개발 일정이 촉박하고, 수업의 기준이 되는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 제작을 위한 집필기준이 모두 국정화를 전제로 만들어진 점을 고려해 아예 새 교과서 사용 일정을 2년 미루고 집필기준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이번에 공개된 시안에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졌다.

예를 들면 고교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과 관련해 '남한과 북한에 각각 들어선 정부의 수립 과정과 체제적 특징을 비교한다'고 적었다.

1948년 유엔(UN) 결의에는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돼 있고, 남북한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므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연구진의 입장이다.

현재 학생들이 쓰는 교과서의 집필기준(2009 개정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적고 있다.

이와 함께 새 집필기준 시안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대신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역대 역사과 교과서에도 두 표현을 혼용했는데 이명박 정부 당시 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이후 학계와 교육계의 수정 요구가 많았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특히 헌법 제도를 가르치는 현행 '정치와 법' 과목에서도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교육부는 덧붙였다.

다만, 보수진영에서는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했고 '자유'를 빼면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편찬 당시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꿨다.

현재의 교과서에서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했고, 임시정부의 법통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집필기준 시안은 이밖에 동북공정과 새마을 운동, 북한의 도발·인권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다만, 현행 교과서 집필기준에도 이런 내용이 없지만 각 출판사가 집필진 판단에 따라 연평도·천안함 사건이나 북한 핵 개발 등 내용을 넣었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6·25전쟁 서술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남침' 표현은 집필기준이 아닌 교육과정에 추가됐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집필기준보다 상위 기준인 교육과정에 '남침' 표현을 넣었다"며 "집필기준에 쓰여있지 않다는 것이 교과서에 '남침 유도설'을 서술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에 대해 의견수렴 과정(행정예고)을 거친 뒤 7월 초까지 집필기준을 포함한 역사과 교육과정을 고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