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겨눈 사정기관 압수수색에 초기 대응
비리 미리 파악해 조언하는 내부조사팀도

사내 PC·서버·CCTV 등 '사설탐정' 처럼 증거 분석해
검·경 수사에 도움을 주면 오히려 처벌 경감되기도

김앤장 '막강' 디지털포렌식팀
롯데·옥시·폭스바겐 등 자문

광장, 내부조사팀도 두각
태평양, 이재용 수사 '방패'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2년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정권 교체 시기 등과 맞물려 전례없는 압수수색과 각종 조사에 시달려야 했다. 삼성 SK 롯데 등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국세청 세무조사(한화그룹), 관세청 압수수색(한진그룹), 감사원 감사(방산업계), 금융감독원 조사(은행권) 등이 이어졌다. 과거처럼 넋놓고 있다간 사정기관의 칼끝이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를 향하게 된다. 국내 대형 법률회사(로펌)들은 ‘내부조사팀’과 ‘디지털포렌식(PC, 휴대폰 분석을 통한 범죄 증거 확보)팀’을 별도로 가동해 사정기관의 수사가 과도한 기업 털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막아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Law & Biz] 디지털포렌식팀 꾸려 '기업털기 수사' 방어하는 로펌들

압수수색부터 내부고발자 대응까지

로펌 내부조사팀 변호사들은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이 기업을 압수수색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수사관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PC 휴대폰 등을 마구 압수하면 기업 측은 수사관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순식간에 조사가 경영진으로 번지기 때문에 로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광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압수 범위에 대한 법적 근거와 영업기밀이나 개인정보 관련 내용은 없는지 등을 로펌에서 진단해준다”며 “압수수색할 필요가 없는 자료를 수사기관이 가져가는 사례가 많아 이를 적극 막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후에는 가져간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 방향을 예상해주기도 한다.

최명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활용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변론 전략을 짜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검찰이나 경찰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로펌을 통해 관련 증거를 찾아 수사에 도움을 주면 오히려 처벌이 경감되는 사례도 많다.

로펌 내부조사팀은 검찰과 경찰뿐만 아니라 국세청,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수사나 조사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대다수 수사와 조사는 내부고발 사건, 금품수수 비리, 퇴직자의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 성희롱 사건 등이 발단이 된다. 로펌은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활용해 회사 내 PC, 서버, 폐쇄회로TV(CCTV) 등을 ‘사설탐정’처럼 분석해 회사 내부 비리를 캐고 대응체계를 마련해준다. 모의 조사를 시행하거나 조사 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주고 이에 대한 직원 교육도 전담한다.

수사·조사기관별 강한 로펌은

국내 로펌 가운데 내부조사팀과 디지털포렌식팀을 가장 먼저 꾸린 곳은 김앤장이다. 2007년 출범해 10년이 넘었고 규모도 50~80명으로 국내 최대다. 황희철 전 법무부 차관, 최명석 전 OECD 반부패협약 한국대표단 변호사, 유국현 전 수원지검 차장검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김앤장은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혐의에 대한 자문을 맡았다.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막강한 검사, 판사 출신 인력을 갖춰 기업 수사 대응력이 뛰어나고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대응 경험도 풍부하다는 강점이 있다. 최 변호사는 “미국에서 최근 FCPA 관련 조사가 늘어 국내 기업들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법률전문지 ‘아시안 로이어’로부터 2016년, 2017년 2년 연속 내부조사 분야 아시아 최고 로펌에 선정됐다.

광장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을 지낸 박근범 변호사, 장영섭 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부장, 김정하 전 감사원 사무총장 등 30여 명의 전문가가 내부조사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반도체 검사장비, 화장품 등에 대한 영업비밀 유출 사건을 포함해 불공정행위, 대표이사나 임직원 비리 감시 등 지난해 10여 건의 내부조사 실적을 올렸다.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에 ‘방패’가 돼온 태평양은 공정위 대응에 강점이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팀을 주축으로 ‘공정거래 위험진단 및 종합지원단’을 발족해 기업에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병주·정중원 전 공정위 상임위원, 이정호 전 검찰청 사이버범죄수사단장, 김광준 전 네이버 법무담당 부사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세종은 지난해 12월 ‘세종디지털포렌식연구소’를 설립하고 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와 ‘포렌식 증거분석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관련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건주 전 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과 디도스 특검에서 활약한 최성진 전 검찰청 디지털수사담당관도 영입했다.

화우는 공정위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 대응과 금감원, 감사원 조사 및 국회 국정감사 대응 경험이 많다. 현재 암호화폐거래소 수사와 은행 채용비리 수사 등의 기업 자문을 해주고 있다. 권오성 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윤희식 전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 김덕중 전 국세청장 등 전문가도 대거 영입했다. 율촌은 전통적으로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대응에 강한 편이다. 임윤수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변호사), 최정열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김태현 전 검찰청 감찰부장 등이 내부조사팀의 주축이다. 임윤수 율촌 변호사는 “로펌 내부조사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선 보편화돼 점차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각종 사건 사고로 위기에 처한 기업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법무법인 바른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조세전담재판부 부장판사를 지낸 최주영 변호사와 윤종훈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영입해 기업 내부조사에 대응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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