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들어간 서모씨는 더 이상 법조인을 꿈꿀 수 없다. 다섯 번의 변호사시험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것이다. 변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은 졸업 이후 5년까지만 주어진다. 올해 48세인 서씨가 8년(로스쿨 3년)을 투자해 얻은 결과는 법학전문석사학위뿐이다.

서씨와 같은 처지의 이른바 ‘오탈자(다섯 번 탈락한 사람)’는 벌써 200명을 넘어섰다. 조만간 오탈자가 한 해 수백 명씩 나오며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탈자 연 100명 돌파 ‘눈앞’

[단독] '8년 공부 도로아미타불'… 로스쿨 '辯試 오탈자' 벌써 200명
29일 한국경제신문이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제7회)까지 변시 오탈자는 209명이다. 2016년 5회 시험에서 처음으로 50명이 나온 뒤 꾸준히 늘어 올해는 88명이 오탈자로 확정됐다. 조만간 100명대 진입이 예상된다. 로스쿨 관계자는 “해마다 2000명의 신입생이 들어오는 반면 변시 합격률은 50%를 밑돌고 있어 앞으로 매년 수백 명의 오탈자가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시험법(제7조1항)은 로스쿨 출신이 졸업 이후 5년 내에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변호사가 되는 길은 완전히 막힌다. 다른 로스쿨을 다시 다녀도 응시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법시험 시절 인재들이 ‘고시 낭인’으로 전락한 사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해 생겨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변시 합격률은 졸업 연차가 오래될수록 크게 떨어졌다. 올해 로스쿨을 졸업한 응시생(7기)은 69.8%가 합격했다. 1616명이 시험을 치러 1128명이 변호사가 됐다. 반면 7회차 시험을 본 4기 이전 응시생 합격률은 20%에도 미달했다.

◆“일괄 응시기간 제한은 기본권 침해”

응시기간 제한 규정이 너무 엄격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신 질병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도 일단 졸업하면 5년 안에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응시기간 연장은 병역의무를 이행할 때만 가능하다. 앞서 서씨도 아이가 크게 아파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시험장에 들어서야 했다. 암투병 중인 응시자가 심심찮게 나오기도 한다.

이런 제한 규정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세 차례 제기됐지만 모두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취지가 존중할 만하고 입학 정원 대비 합격률 또한 낮은 편이 아니다”는 이유를 들었다.

오탈자는 나이가 들고 취업에 필요한 ‘스펙’도 제대로 쌓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로스쿨 3기 졸업생 탁모씨(37)는 “학자금 대출을 받고 10년 가까이 수천만원을 들였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동기도 있다”고 말했다.

5회 응시 제한은 몰라도 5년 내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조항은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오탈자 모임인 한국법학전문연합회도 올해 다시 헌법소원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사법시험도 1차에서 네 번 떨어지면 4년간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었으나, 사시생 1000여 명의 헌법소원과 가처분신청을 계기로 2001년 폐지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