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상황에 처한 대기업은 회생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에서 법정관리를 받는다는 불문율이 흔들리고 있다. 성동조선 미주제강 등 최근 회생절차를 신청한 주요 기업이 서울회생법원 대신 소규모 지방법원 파산부를 선택했다. 회생과정 전반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관리위원에 대한 불신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회피하는 '서울회생법원'
26일 대법원이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개 지방법원에 지난해 접수된 법인회생 신청은 878건이다. 한 해 전(936건)보다 6.2% 줄었다.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기업이 감소한 것은 7년 만이다.

서울회생법원 접수 건수가 324건으로 전년(404건)에 비해 80건(19.8%) 급감했다. 나머지 13개 지방법원 파산부 접수 건수는 22건 늘었다. 2014년 42.1%(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기준)이던 서울회생법원의 점유율은 지난해 36.9%로 크게 낮아졌다. 올 1~2월 점유율도 33.9%로 가파른 하락세다. ‘국내 1호 파산전문법원’을 표방하며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서 분리 독립한 서울회생법원으로선 체면이 서지 않는 결과다.

웬만큼 큰 기업은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법조계의 공식 아닌 공식도 깨지고 있다. 올 들어 회생절차를 요청한 성동조선은 창원지방법원 파산부로, 미주제강은 수원지법 파산부로 발길을 돌렸다. 기업 영업소가 있는 관할지 법원이면 어디든 신청이 가능하다.

실적쌓기에 급급해 무리한 회생 방식을 밀어붙이는 데다 상당수 관리위원의 고압적인 태도가 서울회생법원에 대한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생업무에 밝은 한 로펌 변호사는 “판사의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은 서울회생법원 관리위원들의 ‘갑질’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