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조정석 이서진 강호동 등 최근 ‘핫한’ 연예인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은 ‘시원스쿨’ ‘스피킹맥스’ ‘야나두’ 등 온라인 영어회화 교육업체의 광고 모델이다.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영어회화 교육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영어교육업체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해 교육업체로서 성장을 예측하는 분야는 성인 대상 영어회화 시장밖에 안 남았다”며 “너 나 할 것 없이 몸값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세울 정도로 마케팅 경쟁이 심한 이유”라고 말했다.
유재석·이서진 앞세우고… 달아오르는 온라인 영어회화 시장
‘춘추전국시대’ 온라인 영어회화

17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시원스쿨을 운영하는 에스제이더블유인터내셔널은 2016년 매출 1339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 설립 첫해인 2006년에는 매출이 1억원에도 못 미쳤다. 10년 만에 1000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775억원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스피킹맥스, 야나두 등 온라인 영어회화 교육시장으로 진출하는 업체가 많아져 흔히 ‘춘추전국시대’라고 한다”고 전했다. 에스티유니타스의 영어교육 전문 브랜드 ‘영단기’도 지난 2월 온라인 기초영어회화 시장에 진출했다.

교육업체들이 앞다퉈 온라인 영어회화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가 있다. 에스티유니타스 관계자는 “초·중·고교생 대상 교육시장이 쪼그라드는 게 예측 가능한 상황이니 성인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교육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제한적인 자격증 시장과 달리 영어회화 시장은 직장인, 취업준비생, 고령층 등 확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온라인 시장은 시공간의 제약도 피할 수 있다.

NE능률 관계자는 “해외 배낭여행, 출장 등 영어를 접할 기회가 늘면서 영어회화 능력을 키우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조부모가 손자·손녀를 양육하면서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싶어 본인이 다시 영어를 공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토익 등 시험점수를 넘어서 영어면접으로 실전영어회화 능력을 검증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세’는 AI 스피커와의 결합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접목한 콘텐츠도 잇따라 출시됐다. NE능률은 최근 네이버와 제휴해 AI 스피커와 기초영어회화 교육콘텐츠를 결합한 ‘토마토크’를 내놓았다. 집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AI 스피커와 아무 때나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AI 스피커에 음성 강의를 탑재했다. 야나두와 파고다교육은 KT, YBM은 LG유플러스와 제휴해 AI 스피커에 탑재할 수 있는 영어회화 학습프로그램을 제공한다. NE능률 관계자는 “AI 스피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탑재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며 “AI 스피커 업체와 영어교육업체 간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습자들의 편의성이 높다는 것도 ‘스마트 영어회화 학습’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퇴근 후 AI 스피커로 영어회화 공부를 한다는 직장인 이모씨(28)는 “직장생활 중에 틈틈이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싶어 전화영어 수업을 받아봤지만 정확한 시간 약속을 지키기 힘들었다”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서툰 영어로 말하는 게 부담스러워 전화영어 시간마다 화장실이나 사람 없는 회의실로 뛰어가는 것도 피곤했다”고 말했다.

성인이 돼 다시 영어회화 공부하는 학습자가 많다는 건 공교육에서 실용 영어회화 교육이 부족하다는 증거라는 지적도 있다. 이길영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아직도 학교 영어수업 대부분이 수능 객관식시험 위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며 “성인 대상 기초영어회화 교육시장이 활발하다는 건 학교에서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하고도 영어회화 능력에 대해 갈증을 느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