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뇌물수수·횡령 혐의로 기소
재산 '추징보전 명령' 청구 방침
"벽장 속 6억 김윤옥 여사 것"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다스 관련 380억원대 횡령 등 16개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9일 구속기소했다. 2013년 2월 대통령 임기를 마친 지 5년여 만이고, 지난달 22일 구속된 지 19일 만이다.

259쪽 분량 공소장에는 16가지 범죄가 적시됐다. △다스 비자금 등 횡령 △다스 법인세 포탈 △다스 투자금 회수 등 관련 직권남용 △삼성그룹 뇌물 수수 △국가정보원 자금 수수 △공직임명 대가 등 뇌물 수수 △대통령기록물 유출 등이다.

檢 "MB 뇌물혐의 110억대 환수"… MB "자유민주체제 와해 의도"
이 전 대통령이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다스 경영진과 공모해 이 회사 법인자금 약 339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뒤 정치활동비, 개인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회사 설립을 주도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며 경제적 이익을 향유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취임 후 측근인 김백준 씨를 청와대 총무비서관, 김재수 씨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로 임명해 다스의 미국 소송에 대응했다. 또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에게 부탁해 미국 소송비 부담을 요청했고 삼성전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시로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4년간 67억원을 대신 납부했다. 검찰은 “삼성이 뇌물을 제공한 기간인 2009년 말 이 회장이 특별사면되는 등 대통령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고 밝혔다.

또 취임하기 직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서 20억원을 받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 또는 금융기관장 자리를 부탁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통해 2008년 이 전 회장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앉히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자 당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에 책임을 물어 김영모 혁신행정과장을 사직시켰다.

이 전 회장은 그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고 2011년 연임에도 성공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4억원, 2010년 원세훈 국정원장으로부터 2억원 및 10만달러를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소유한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을 ‘불법자금 세탁·관리장소’로 특정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처남인 고(故) 김재정 씨가 영포빌딩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며 청와대 경호처 경호까지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내곡동 자택 수사 때 나온 출처가 불명확했던 6억원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아들 시형씨에게 준 현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기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을 포함한 자산에 대해 범죄 수익 환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법원에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부패 전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에 배당돼 이르면 이달 말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MB, 페이스북에 심경 공개
"檢 원하는 대로 진술 않으면 줄줄이 구속하는 현실 착잡
주변 100여명 조사… 무술옥사"


檢 "MB 뇌물혐의 110억대 환수"… MB "자유민주체제 와해 의도"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자신은 다스 주식이 한 주도 없으며 횡령, 미국 소송비 대납 등도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감정적인 화풀이와 정치 보복을 넘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9일 검찰 기소 시점에 맞춰 사전에 작성해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달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미리 써놨던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내놓은 것과 같은 방법이다.

檢 "MB 뇌물혐의 110억대 환수"… MB "자유민주체제 와해 의도"
그는 “ 검찰의 기소와 수사결과 발표는 본인들이 그려낸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하려는 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을 중대 범죄 주범으로, 이명박 정부가 한 일들은 악으로, 적폐 대상으로 만들었다”며 “검찰이 원하는 대로 진술하면 구속되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줄줄이 구속되는 현실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한풀이’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건 아니다”며 “국정원 댓글 관련 수사로 100여 명이 넘는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가히 ‘무술옥사(戊戌獄事)’라 할 만하다”고 비난했다.

제기된 혐의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소 내용을 ‘가공의 시나리오’라고 규정했다.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 전용 문제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에 대해서는 ‘꼬리 자르기’ 전략을 취했다.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일이 결코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에 대해서도 “워싱턴의 큰 법률회사가 무료로 자문해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다”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이후에 챙겨보지 못한 것은 내 불찰”이라고 말했다.

다스 소유권도 부인했다. 그는 “다스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며 “다만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설립에서 운영 과정에 이르기까지 경영상 조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제기된 여러 의혹이 법정에서 그 진위가 명확히 밝혀지기 바란다”고 말해 재판 거부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피조사자 신분 때는 불리하지만 기소 후에는 피고인으로 검찰과 동등한 위치가 된다”며 “공판에서 혐의를 적극 다툴 수 있는 만큼 정치재판으로 프레임을 짜며 본격 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대규/이상엽/고윤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