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함 소해함 납품비리와 해상작전헬기 도입비리, 현궁사업 비리 등 ‘8대 방산비리’ 사건 구속자 두 명 중 한 명가량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보다 높은 무죄율이다. 검찰 내 방산비리 전담조직까지 꾸려 현역 장성과 장교, 예비역들을 범죄자로 몰았지만 ‘부실수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산비리' 무죄율 44%… 일반 형사사건의 20배
◆방산비리 무죄율 44% 달해

6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방권익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산하 방산비리합동수사단(현 방위사업수사부)이 주요 방산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한 36명 가운데, 16명이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구속 후 무죄율은 44.4%에 달한다. 일반 형사재판 구속 후 무죄율(2~4%)이나 권력형비리재판 구속 후 무죄율(2~7%)보다 10~20배나 높다.

통영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2015년 구속됐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과 최윤희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등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상작전헬기 도입비리와 관련해 구속된 김 모 대령과 신 모 중령 역시 작년 말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이 야심차게 수사에 나섰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역시 지난 2월 1심에서 담당 임원이 ‘납품원가 조작’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달 초 ‘군 납품사기’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도 방산비리 부분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방위산업에 대한 검찰의 전문성 부족이 무죄 판결이 많은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원가 계산에 정부(방위사업청)가 깊숙이 개입하는 방산업계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원가 부풀리기’ 등으로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도 방산 관련 행정처분 남발

검찰의 대규모 방산비리 전담 조직도 역설적으로 부실 수사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조직 유지를 위한 실적 압박에 무리한 수사를 감행할 때가 많다는 얘기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탄생한 서울중앙지검 산하 방산비리합수단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채 작년 11월 방위사업수사부로 축소됐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특정 업종과 관련해 방대한 상시 수사조직을 갖춘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행정 처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 7년간 방산업계와의 민사소송 141건 가운데 51건에서 패소했다. 패소율이 36%에 달한다. 행정 소송에서도 84건 중 24건이 패소(28.2%)다. 또 방산업계에 제재를 내린 뒤 추징하는 ‘부당이득환수’ 규모가 지난 7년 동안 9560억원에 달했는데, 재판을 통한 환수액은 20%인 1970억원에 그쳤다. 패소로 인해 추징금을 돌려주면서 정부가 부담한 이자비용이 7년간 320억원이다.

김앤장, 율촌, 광장, 화우, 세종 등 대형 로펌들은 방산 관련 검찰수사와 정부의 행정처분으로 ‘대목’을 만났다. 7년간 소송가액 9560억원의 2~5%인 200억~500억원의 수수료수입을 거뒀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추산이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소송에 걸려 문을 닫는 방산회사가 늘고 있다”며 “검찰과 정부가 수사와 처분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