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팀, 항암표적치료 정밀진단 기술 개발
서울대 연구진이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해 표적항암제의 반응성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로 특별한 유전자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도 표적항암제의 성공률을 가늠해볼 수 있게 돼 정밀의학 시장 개척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는 윤태영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환자 조직 내에서 추출한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측정해 표적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항암표적치료는 개별 암 조직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단백질을 찾아 치료하는 방식이다. 표적항암제는 암 세포에만 영향을 미쳐 상대적으로 부작용으로 적고 효율성이 높은 치료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치료법은 대상 암 환자를 선별하기 위해 먼저 DNA의 돌연변이 유무부터 조사해야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DNA 돌연변이를 발견해 표적항암제를 투여해도 성공률은 평균적으로 50%를 밑돌았다.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은 환자 가운데 표적항암제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는 케이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DNA 돌연변이 유무가 아닌 표적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진단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단백질 활성을 직접 측정한다면 표적치료에 적합한 암 환자를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도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해 치료 효과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단분자 공면역침강 기술’을 응용했다. 이 기술은 연구팀이 2013년 개발한 것으로 단분자 형광현미경을 이용해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타깃이 되는 표적단백질을 현미경에 고정시키고 여기에 검사 단백질을 주입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식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개별 환자나 전임상 모델에서 표적항암제의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윤 교수는 “개별 암 세포나 환자의 고유한 단백질 상호작용을 분석하면 개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하는 등 정밀의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실험을 통해 표적항암제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고 특별한 유전자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도 표적항암제를 투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주관하는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공익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조병철 교수 세브란스병원 연구팀과 임석아 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도 참여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