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예를 한류 대표상품으로 만들어야죠"
“중국 하면 쿵후나 소림사, 일본 하면 사무라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전통 무예를 국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죠.”

경기 수원에서 만난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사진)은 “한국에도 무예24기와 같은 전통 무예가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전통 무예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직접 칼을 들고 수원 화성행궁 앞에서 무예24기 시범을 보이는 무예인이자 중앙대에서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문학자다. 《무예 인문학》,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등 여러 책을 썼고, 현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연출을 맡고 있다.

그는 “태권도는 근대 이후 새로 만들어져 전통 무예라고 하기 어렵고, 택견은 조선 후기에 민간에서 생겨났다”며 “반면 무예24기는 1790년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국가 무예”라고 했다. 무예24기는 창과 칼을 다루는 기존의 십팔기에 마상 무예가 여섯 가지 더해진 것이다.

그는 “조선이 500여 년을 버틴 데는 체계적인 국방 시스템도 기여했다”며 “그 바탕이 된 것 중 하나가 조선시대 장수부터 졸병까지 모두 익혔던 무예24기”라고 했다.

최 소장이 무예24기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 1학년 때 선배의 손에 이끌려 전통 무예 동아리인 ‘경당’에 가입하면서였다. 처음엔 취미였지만 갈수록 재미가 붙었고, 이후에 적극적으로 원형을 복원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마상 무예를 익힐 때는 365일 중 360일을 승마장에 가서 말을 탔다고 한다.

수원대 경영학과에 들어가 같은 대학 석사과정에서 마케팅까지 공부했지만 5수 끝에 중앙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역사를 이해해야 무예를 올바른 방향으로 복원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모두 한문으로 적힌 옛날 병법서와 무예서를 읽으려 서당 등 한학을 익힌 선생들을 찾아다니며 한문을 공부했다”고 했다.

최 소장은 “열심히 연구해 복원한 무예24기 시범 공연을 보고 외국인 관광객과 어린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를 때 보람을 느낀다”며 “무예24기를 수원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