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기세가 맹렬하다. 권위적 질서의 일부 상급자 또는 문화권력자의 일탈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남성 중심 조직문화와 왜곡된 성 문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생채기를 내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진정한 민주화가 시작됐다는 평가와 우리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커버스토리] #MeToo, 차별의 틀을 깨다
발단은 약 한 달 전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폭로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의혹이었다. 검사도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을 닫고 있던 다른 피해자들로 하여금 용기를 내게 했다. 시인 고은과 연출가 이윤택, 배우 조민기 등의 추태를 고발하는 글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권력형 갑질에 대한 ‘증언자’로 탈바꿈한 결과다.

미투 운동은 위계질서 속 은폐된 억압을 고발하고 진정한 평등을 추구하는 문화운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은 위계구조에 기댄 성폭력이 묵인되던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미국 미투 운동에 붙은 ‘타임스 업(time’s up·한 시대가 끝났다)’이 의미하는 바다.

심성미/마지혜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