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면보다 위험한 청석면·갈석면도 나와…교육청 "사전파악 못 해"
조희연 "학교 폐쇄 검토…TF 꾸려 전체 학교 조사 고려"
개학 앞둔 서울 초등학교서 발암물질 석면 검출… 학사일정 연기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당국이 개학을 미루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3일 관악구 인헌초 석면제거·해체 현장을 점검했다.

교육청이 발주한 석면제거공사 후 교실 등에서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과 갈석면, 청석면이 검출됐다는 학부모 항의에 따른 것이다.

인헌초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석면제거공사가 끝난 이후인 지난 12일 교내에서 시료 32개를 채취해 선문대 석면환경센터에 의뢰, 분석한 결과 15개 시료에서 1∼3%의 석면이 나왔다.

특히 건물 4층에 자리한 4학년 8반 교실에서 확보한 시료에서는 백석면보다 건강에 위험한 청석면과 갈석면이 검출됐다.

청석면은 민간업체가 진행한 2차 시료 분석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갈석면은 그대로 나왔다.

교육청이 의뢰한 조사에서는 공기 중 석면농도가 기준치 미만으로 검출됐다.

현재 공사는 학부모들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민원을 제기해 중단된 상태다.

학부모들은 개학에 맞춰 공사 마무리를 서두르지 말고 추가 공사 기간과 필요한 예산을 보장해달라고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인헌초 석면제거공사는 겨울방학에 맞춰 냉난방·전기시설개선공사와 함께 진행됐다.

학부모들은 학교 내 석면 자재 종류·분포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공사발주 기관인 서울시교육청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 공사연기를 요구했지만, 교육지원청 측이 방학 중 공사를 끝내야 하고 이미 정해진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인근 주민들은 석면제거공사를 사전에 공지 받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날 현장점검에서는 학교 행정실 직원들이 공사가 끝나지 않은 학교에서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 조 교육감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인헌초에 청석면과 갈석면이 쓰였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사는 교육청이 2014년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는데 해당 자료에는 천장재와 벽 등에 백석면만 쓰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계자는 "2014년 자료가 사실이라고 믿고 공사를 추진했다"면서 "샘플링 방식으로 석면사용 현황을 조사하다 보니 (청석면·갈석면 사용이) 파악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학교 측은 학부모, 환경단체와 함께 공동조사를 하고 2∼3차 정밀청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개학을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협의하겠다"고만 설명했다.

인헌초 전교생은 1천226명이며 이중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은 209명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안전이 학교 교육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학교를 폐쇄하거나 석면이 나온 교실들은 부분 폐쇄하는 방안 등을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과 환경단체가 요청한 '학교 석면안전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고려하고 다른 석면제거 학교들도 조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의 행정처리 절차나 민원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피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번 겨울방학에 서울 79개를 비롯해 전국 1천240여개 학교에서 석면제거공사를 추진한 바 있다.

석면은 그리스어로 '불멸의 물질'이라는 이름을 가진 섬유 모양 광물로 섬유 한 가닥 굵기가 머리카락의 5천분의 1정도다.

단열성이 뛰어나고 외부 충격에도 잘 견디는 데다가 가격도 저렴해 전 세계적으로 건물건축에 많이 쓰였다.

국내에서는 1960∼1970년대 산업화 시기 주택 지붕이나 천장 마감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하지만 석면은 발암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1987년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한국은 2000년 갈석면과 청석면, 2009년 백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개학 앞둔 서울 초등학교서 발암물질 석면 검출… 학사일정 연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