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검사윤리강령을 개정하면서다. 검찰의 비뚤어진 상명하복 문화가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낳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검사윤리강령을 지난 19일 개정하고 같은 날 시행했다. 검사윤리강령 개정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검사윤리강령은 검사 징계와 업무 처리 기준이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 폐지다. 제12조 ‘상급자에 대한 자세’라는 조항 이름을 ‘검사 상호 간의 자세’로 변경했다.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도 개정했다. 해당 조항에 ‘검사는 하급자의 인격과 명예를 존중하고, 하급자에 대해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하지 아니한다’와 ‘상급자와 하급자는 상호 소통하며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검사는 상급자에게 예의를 갖추어 정중하게 대하며, 직무에 관한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개정은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에서 나온 조치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 조항이 상급자가 후배 검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등 잘못된 상명하복 문화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검찰 내 성폭력 사건도 권위적인 검찰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신임 차장·부장검사들의 전입 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상사는 후배의 말을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장검사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는 “검사윤리강령이 검사 징계의 기준이 되는 등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검찰 문화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법령 개정으로 검찰 문화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조항을 담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검찰청법에서 삭제했지만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며 “검사의 이의제기권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등 상명하복 문화를 개선할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