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유치전략 다시 짜고 성인들 위한 실버대학 만들자"
“2022년이면 대학 50곳이 문을 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현청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장(석좌교수·사진)은 20일 “지금과 같은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산술적으로 50여 개 대학은 정원을 단 한 명도 채울 수 없다”며 “대학 혁신은 이제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한꺼번에 실직하는 사태 등을 막으려면 획기적인 대학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가 제시한 ‘대학 혁신을 위한 5대 과제’ 중 첫 번째는 해외 유학생 유치 전략을 다시 세우라는 것이다. 각 대학은 국내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자 해외 유학생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두뇌 공유(브레인 셰어링)’ 관점에서 대학의 국제화 지수를 높이려는 노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해외 유수 대학과의 공동연구 등 국내외 융합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내 대학의 평균 국제협력 논문 비율은 26.2%로, 세계 주요 연구중심 대학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다. 이 교수는 “융합의 시대에는 인재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중요하지 않다”며 “두뇌 유출(brain drain)이나 두뇌 유입(brain gain)이라는 패러다임을 넘어 두뇌 공유를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학생 유치전략 다시 짜고 성인들 위한 실버대학 만들자"
‘실버 대학’ 설립도 대학의 살길 중 하나로 제시됐다. 이 교수는 “국내 평생학습자는 1800만 명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을 위한 성인학부, 성인평생대학을 캠퍼스에 설치하고 정식 학위과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버’ 입학 할당제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대학이 재교육을 받고자 하는 이들의 학습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학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교수와 강의실 혁신 역시 국내 대학이 추진해야 할 과제다. 지식공급자이던 교수가 앞으로는 참여적 학습경영자로 변신해야 하고, 강의실은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의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교수는 지속가능한 산학협력을 위해 기업 연구개발 자금의 10%가량이 대학으로 유입될 수 있게끔 물꼬를 터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등록금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에만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이 원하는 산학협력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고등교육연구소는 칸막이 없는 융·복합 연구를 위해 5~10년 단위의 장기적인 ‘컨버전스 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수 학생 등 대학 구성원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