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집단 전학… 함평여중 무슨일이?
전남 함평군에 있는 64년 전통의 함평여중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144명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대거 전학이 이뤄지며 올 들어 학생 수 41명의 미니학교로 전락했다. 올해 신입생 배정도 2명에 그쳤다. 함평여중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2일 함평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함평여중 1·2학년생 54명은 최근 3㎞ 떨어진 함평중으로 집단 전학갔다. 학생 수는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지난해 9월 함평중과 함평여중은 통폐합 찬반투표를 했다. 그해 개교한 함평중에 함평여중을 통폐합하려는 시도였다. 함평여중 학부모들이 반대해 통폐합 안건은 부결됐고, 함평여중은 존치가 결정됐다.

함평여중 학부모회 이름으로 연초 다량의 문자메시지가 1·2학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전송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전학생들에게 무료 교복·통학버스 지원을 약속했다”는 등의 특혜를 안내하는 문자였다. 함평군의 한 도의원도 비슷한 시기에 함평여중 학부모들에게 직접 전화해 함평중으로의 전학을 권유했다. 자신이 함평중 학부모 운영회장을 맡을 것이며, 대폭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곁들였다.

이에 상당수 부모들이 자녀를 함평중으로 전학시켰다. 신설 학교 시설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추후 시설을 둘러본 학부모들은 아연실색했다. 교실 부족으로 50명이 넘는 학생이 시청각실 등에서 수업을 받아야 했다. 통학버스나 교복 지원 등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함평교육지원청 측은 ‘공개적으로 약속한 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한 배경으로 학부모들은 장만채 전남교육감(사진)과 안병호 함평군수를 지목하고 있다. 장 교육감이 선거 공약인 역사교육박물관 신설 부지로 활용하기 위해 함평여중을 폐교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장 교육감과 안 군수는 역사교육박물관 내에 추사박물관을 건립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2015년 체결했다.

전남교육청과 함평교육지원청은 박물관 건립과 전학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김종진 함평교육지원청 과장은 “학기 중에 전학이 어려워 학부모 다수가 연초에 움직였을 뿐 인위적인 통폐합은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