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8일 오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인력감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8일 오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인력감축 반대 시위를 벌였다.
“‘Sustainablity’(Sustainability의 오기) starts from abolishing low-wage, non-regular jobs in Yonsei”

8일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이 열리는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앞에 영어로 된 현수막이 나붙었다. 포럼 주제인 ‘지속가능성’은 학내 저임금 비정규직 철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여러 해외 인사가 참석하는 만큼 이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영어 현수막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아침 일찍 행사장 앞에 청소·경비노동자 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행사 차질을 우려한 학교 측이 둘러친 철제 울타리 바깥에서 학내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구호를 쏟아냈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은 “학교가 이런(지속가능성 주제의) 포럼을 열면서도 우리와의 대화는 무시하고 있다.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면서 “We are people, too(우리도 사람이다)” 같은 영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앞서 비슷한 갈등을 빚다가 학교 측 양보로 타결된 고려대·홍익대, 전날 청소·경비·시설용역 76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서울대 사례도 언급했다.

캠퍼스 곳곳에 “NO MORE ENFORCING ‘EMPLOYMENT RESTRUCTION’!” “STOP FRAUDFUL PART-TIME JOBS! RETAIN TOTAL EMPLOYMENT!” 따위의 영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고용인원 유지와 구조조정 금지, 아르바이트 대체 중단 등 학교 측에 요구해온 사항들이 담겼다.
8일 오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이날 열린 'GEEF(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 행사를 알리는 파란색 현수막과 학교의 고용유지 및 아르바이트 대체 반대를 주장하며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내건 빨간색 현수막이 대비된다.
8일 오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이날 열린 'GEEF(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 행사를 알리는 파란색 현수막과 학교의 고용유지 및 아르바이트 대체 반대를 주장하며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내건 빨간색 현수막이 대비된다.
양측의 갈등은 이번 행사를 거치면서 한층 심해지는 모양새다.

연세대는 지난 7일 민동준 행정·대외부총장 명의로 청소·경비노동자 임금 상승이 학교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골자의 이메일을 동문들에게 발송했다. 그러자 경비·청소노동자들은 민 부총장에 보내는 답신 형식 글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 학교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대목은 정년퇴직 인원의 충원 여부다. 퇴직자 31명분을 새로 충원하지 않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대체한다는 학교 측 방침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

민 부총장은 “작년 8월 용역업체와 올해 법정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웃도는 7780원의 시급을 지급함과 동시에 70세 정년퇴직 인원에 대해서는 충원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비·청소노동자들은 “합의 사실 자체를 부총장 서신을 통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아닌 중간자 격인 용역업체와 합의한 게 문제라는 주장이다.

비용 부분도 입장이 엇갈렸다. 학교 측은 △청소·경비용역 평균시급이 1.9배 가량 상승(2009년 4000원→2018년 7780원)해 △고용인원 714명에 대한 용역비 지출이 연간 226억원에 달하며 △이는 학부 등록금 수입(약 1500억원)의 15%에 해당할 뿐 아니라 최저시급이 1만원까지 오를 경우 등록금 수입의 20%에 육박해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청소·경비노동자들 생각은 달랐다. “시급 1.9배 상승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했을 뿐”이라고 했다. “민 부총장이 언급한 용역비 226억원에는 노동자 실질임금이 아니라 용역회사의 몫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 대비 용역비 비중 역시 의도적으로 수치를 부풀린 것으로 봤다. 수강료 국고보조금 전입금 기부금 등을 합산한 8000억원 이상의 연세대 전체 수입을 분모로 잡으면, 용역비 비율은 학교 측이 주장한 15%는커녕 3% 밑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적립금을 풀어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난색을 표했다. 대부분 장학금이거나 사용목적이 지정된 기부금이라는 이유다. 반면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예산의 전용가능성을 열어둔 사립대학 회계규정 조항을 들어 “적립금 용도를 변경해 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반값등록금’ 논쟁이 촉발된 지난 2011년 이화여대가 기존 적립금 1350억원을 장학기금으로 전환한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적립금 전용 사례는 있으므로 결국 학교 의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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