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전문성 등에서 아시아 지역 최고로 꼽히는 중국 로펌의 국내 진출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중국 법무법인(로펌)까지 뛰어들면서 국내 변호사와 외국 변호사 간 생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단독] 중국 로펌도 가세… 외국 로펌 '격전지' 된 한국 법률시장
5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법률사무소 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리팡 외에 다른 중국 로펌도 국내 시장 진출 관련 문의를 법무부에 해오고 있다. 2015년 12월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되면서 중국 로펌의 국내 설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과 유럽연합(EU), 한국과 미국 간 FTA 등으로 2012년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됐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 로펌은 27개사, 외국 로펌 변호사(외국법자문사)는 147명에 달한다. 그동안 외국 로펌이 국내에 자리잡기 시작해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외국 로펌도 2015년 1곳에서 지난해 3곳으로 늘었다. 그만큼 국내 로펌의 입지는 좁아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로펌까지 가세해 국내 법률시장의 ‘무한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 로펌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법률 전문지 ‘아시안 리걸 비즈니스’가 지난해 선정한 ‘아시아 상위 50대 로펌’ 중 상위 11위까지를 모두 중국 로펌이 차지했다. 김앤장은 12위였다. 50대 로펌 중 30개 업체가 중국 로펌이었다.

김종길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중국 로펌이 최근 몸집을 키우면서 호주와 영국 로펌과 합병하는 등 변호사 4000명이 넘는 초대형 로펌도 즐비하다”며 “국내 변호사와 달리 중국 변호사는 대부분 한 분야만 맡기 때문에 전문성도 탁월하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법률 서비스를 두고 중국 로펌과 국내 로펌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할 전망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중국 로펌을 찾으면서 중국 로펌이 한국 시장을 직접 노리게 됐다. 리팡도 중국에서 삼성전자와 화웨이 간 특허 소송을 맡고 있다. 한링후 리팡 변호사는 “중국에서 벌어진 법률 문제도 한국 본사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직접 법률 자문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사건 수임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로펌의 해외 진출은 제한적이다.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 있다. 미국·영국 로펌 27개 업체가 국내에 진출했지만 미국에 진출한 국내 로펌은 아직 한 곳도 없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법률 서비스 강국까지 진출하기에는 아직 국내 법률 산업 역량이 부족하다”며 “아시아 지역도 중국 로펌이 대거 진출하면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