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선거의 해 밝은 보건의료계, 회장 불신임 후 변화 택한 한의사들…다음 주자는?
지난 3일 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최혁용 함소아한의원 설립자(왼쪽부터 시계방향 네번째)가 당선되면서 보건의료계 단체장 선거 막이 올랐다. 올해에는 2월 간호협회장 선거를 시작으로 의사, 약사 등 주요 보건의료단체장 선거가 잇따라 치러진다. 건강보험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 편의점 상비약 목록 변경 등 보건의료 이슈와 맞물려 각 단체별 치열한 선거전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3월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12월 대한약사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진다. 대한간호협회는 2월, 대한병원협회는 5월에 각각 대의원회와 임원총회를 통해 간선제 선거를 치른다. 지난해 선거를 치른 대한치과의사협회를 제외하면 보건의료계 주요 단체장 선거가 한해에 치뤄지는 셈이다.

이들 단체장 선거에서는 서울시장 겪인 서울시지회장, 국회의장 겪인 대의원회 의장이 주요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올해 단체장 선거 포문을 연 최혁용 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이 같은 이력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었다. 변호사 면허를 가진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 정책특보를 지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로 치면 대통령이 탄핵된 뒤 새로운 재야 3당의 인물이 당선된 셈"이라며 "지난해 김필건 전 회장이 불신임 투표로 임기를 못채우고 퇴진하면서 젊은 한의사들이 변화를 이끌고 능력 있는 인물 위주 투표를 했다"고 분석했다. 보건의료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간호사 35만명을 대표하는 간호협회(회장 김옥수·두번째)는 다음달 선거를 앞두고 회장 선거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시작됐다. 현재의 간선제 유지를 주장하는 보수파와 직선제 변화를 요구하는 개혁파 간 물밑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11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사협회장 선거는 재임을 시사한 추무진 현 회장(세번째)과 변화를 원하는 새 후보들 간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 회장과 동문인 서울대의대 출신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 고대의대 출신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경희대의대 출신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의사 집회를 주도한 서울대의대 출신 최대집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도 후보로 거론된다. 문재인 케어 및 한의사의료기기 사용저지 등 주요 공약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출신학교 등을 중심으로 치열한 세 불리기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조찬휘 회장(다섯번째) 불신임안까지 거론됐던 약사회도 올해 하반기부터 선거국면에 접어든다. 국내 약사는 7만명이다. 2년 임기 병원협회장은 큰 갈등없이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원장을 번갈아가며 추대해왔다. 중소병원 원장인 홍정용 회장(첫번째)에 이어 대학병원 원장이 잇게 된다.

각 협회장은 해당 단체를 대표하는 명예직이면서 정계에 진출하는 등용문 역할을 했다. 협회장 선거가 가열되는 배경이다. 신상진 전 의사협회장, 원희목 전 약사회장, 신경림 전 간호협회장 등은 회장 경력을 바탕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