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27·본명 김종현)의 유서가 공개됐다.

4인조 모던 록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나인은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종현 가족과 상의 끝에 유언에 따라 올린다”며 종현이 남긴 유서를 공개했다. 나인은 종현이 MBC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 진행을 맡을 당시 고정 패널로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디어클라우드 소속사인 엠와이뮤직의 윤동환 대표는 “이 글을 받은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종현씨가 글을 보냈을 때 바로 그의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종현은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의사를 책망하는 듯한 구절도 있었다. 그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 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 되는 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 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라고 썼다. 그러면서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며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고 호소했다.

종현은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 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라고 썼다. 이어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라며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이라고 글을 매듭지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