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차로 다이어트’에 본격 나선다. 다이어트 대상 1순위는 을지로와 퇴계로, 세종대로 등 서울 중심부 핵심 도로다. 이달 중 차로 축소 공사가 끝나는 종로에 이어 도심 보행로를 넓혀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차량 속도 저하가 불가피해 반발 기류도 만만찮다.
서울 줄줄이 '도로 다이어트'… 도심교통 괜찮을까
◆퇴계로·을지로 ‘6차로→4차로’

서울시는 내년 중 퇴계로(1.2㎞)와 을지로(3.7㎞), 세종대로(1.55㎞) 등 6.45㎞ 구간의 차로 축소 계획을 세웠다고 10일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한양도성 내 도심을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도심 유입 차량 숫자를 줄여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고 걷기 좋은 공간으로 만든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우선 퇴계로 2~5가 양방향 6차로를 4차로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로가 사라지고 남은 공간만큼 인도는 넓어진다. 자전거 도로나 조업 주차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퇴계로는 명동, 남대문시장과 인접해 유동 인구가 많지만 길가에 정차된 차로 혼잡하고 걷기도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시청에서 동대문역사공원에 이르는 을지로도 6차로에서 4차로로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세종대로 1.55㎞ 구간도 10차로를 8차로로 줄이고 보행 공간과 자전거 도로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세종대로는 차로를 지하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차로를 줄이는 계획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서울시는 내년 중 퇴계로와 을지로 도로 공간 재편을 위한 기본·실시설계를 하고 이듬해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차량 속도는 ‘뚝’… 도심 혼잡 부를 수도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반발도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을지로와 퇴계로는 왕복 6차로지만 인도 쪽 차로에 정차된 차량들로 사실상 4차로처럼 운영되고 있다. 을지로는 양옆으로 조명, 철물, 인쇄점포가 자리하고 있어 바깥 차로는 물건을 실어나르는 화물차와 오토바이가 점유하고 있다. 차량 속도가 확 떨어지고 화물차와 통행 차량이 뒤엉켜 극심한 혼잡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상가들이 쌓아 놓은 물건이 넓어진 보행로를 메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흥인지문 교차로에 이르는 2.8㎞ ‘종로 구간’에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기존 8차로를 6차로로 줄여 보행로를 넓히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 중 개통하면 이 구간 버스의 평균 속도는 시속 13.5㎞에서 17.7㎞로 빨라지지만 승용차 속도는 시속 17.7㎞에서 13.4㎞로 느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정체 현상이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컸다. 이런 우려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도심 차로를 줄이고 보행로를 넓히는 게 큰 원칙”이라면서도 “교통 상황과 주민, 상인들 견해를 듣고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