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만에 새로 탄생한 동대구역 광장. 대구가 신산업 혁신으로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46년 만에 새로 탄생한 동대구역 광장. 대구가 신산업 혁신으로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는 1998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위천국가산업단지를 추진하다 낙동강 하류 지역민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대구는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간을 잃어버린 도시의 대가는 혹독했다. 대구는 2010년대 초까지 경제를 담을 그릇 마련에 실패하면서 성장엔진을 찾지 못했다. 섬유패션 도시를 지향했지만 실패했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등에 매달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경북 구미 경산 영천 등의 베드타운으로 소비수준은 높았지만 대구를 먹여 살릴 생산구조는 마련하지 못했다. 맹자가 이야기한 항산항심(恒産恒心)이 없었다. 일정한 생산이 있으면 마음이 변치 않는다는 뜻이지만 대구는 항산(恒産)이 없어 마음에 여유가 없고 동요하는 도시였다. 대구는 ‘절망의 도시’라는 외부의 지적을 감내해야 했다.

[신산업 메카 대구] 대구 WE SMART 신산업 혁신… 대기업이 날아들다
2014년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의 도시가 선택한 지도자는 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나타난 권영진 시장이었다. 2014년 민선 6기 권 시장은 대구의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으며 ‘경제’를 선두에서 이끌었다.

민선 6기가 3년5개월을 맞은 22일 동대구역. 1969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동대구역사는 46년 만에 새로 태어났다. 4600㎡에 불과했던 동대구역 광장은 공사 후 2만5600㎡로 확장됐다. 지난해 오픈한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와 신세계백화점의 웅장한 자태를 배경으로 동대구역 광장의 버스정류장에는 이색적인 광고 두 편이 내걸렸다. 현대중공업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 본사 이전과 롯데케미칼 공장 착공을 알리는 광고다. 대구가 그동안 얼마나 대기업을 갈망했는지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20년 만의 대기업 유치

[신산업 메카 대구] 대구 WE SMART 신산업 혁신… 대기업이 날아들다
1997년 설립된 삼성상용차 공장이 2000년 문을 닫은 이후 대구에는 17년간 대기업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2006년과 2009년부터 시작한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신산업분야 유치기업들을 채워가면서 대구는 3년 반 만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권 시장은 취임 후 위 스마트(WE SMART) 신산업 혁신을 이끌었다. 물(WATER) 에너지(ENERGY) 스마트카(SMARTCAR), 의료산업(MEDICAL)과 로봇(ROBOT) 등 5대 신산업과 문화예술(ART), 관광컨벤션(TOUR) 분야 육성을 통해 대구 경제의 지형도를 바꾼 것이다.

기업유치 분야에서 늘 하위권을 맴돌던 대구가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 4개 도시 가운데 민선 6기 3년4개월 만에 1위로 올라섰다. 대구시는 민선 6기가 시작된 2014년 7월 이후 3년4개월 동안 주요 지방 도시의 업무협약(MOU) 기준 투자유치에서 유일하게 2조원을 돌파했다. 유치기업 수는 157개, 유치금액은 2조263억원이다. 같은 기간 부산 (96개사, 1조7977억원), 광주(173개사, 1조3014억원), 대전(68개사, 6711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대구는 1만58명의 신규고용도 창출했다.

청와대도 인정한 대구의 신산업 자립모델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미래차·물산업·에너지산업육성은 지난 7월5일 대구를 방문한 장하성 청와대정책실장도 인정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장 실장은 “대구의 전기자동차,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물산업처럼 그 지역이 주도적으로 산업구조와 모델을 만들어야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없이 계속될 수 있다”며 “대구가 스스로 만들어낸 산업, 그런 차원의 지역 일자리 창출 노력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울산에서 대구로 사업장을 이전해 7만8000㎡ 부지에 첨단 스마트팩토리를 완공한 현대로보틱스는 지난 8월 말 현대중공업그룹(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중공업) 지주사로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매출 2600억원을 기록한 현대로보틱스는 연간 생산량을 4800대에서 8000대로 확대하고 2021년에는 생산량을 1만 대로 늘려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앵커기업인 현대로보틱스가 로봇생산을 본격화하자 동명전기, 선우로보텍 등 5개 협력사도 대구로 옮겨오거나 이전을 추진 중이다. 대구는 로봇산업클러스터 형성에 큰 동력을 얻고 있다. 물산업 분야에서는 롯데케미칼을 포함해 20개사가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공장을 착공해 내년에 입주한다.

연간 55만㎡ 규모의 멤브레인을 생산하는 롯데케미칼 대구공장은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지난 9월 착공했다. 롯데케미칼은 3만3000㎡ 부지에 수처리용 멤브레인 생산공장을 내년 상반기 준공해 국내 공급과 수출에 나선다. 박기환 대구시 물산업과장은 “롯데케미칼이 대구에서 처음 생산하는 멤브레인은 에너지 절감형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양산에 따른 가격경쟁력도 갖춰 연매출이 100억~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전기차 분야에서는 제인모터스가 공장 준공식을 갖고 올해 말부터 1t 전기상용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르노사와 대구의 대동공업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내년부터 전기상용차를 양산하기로 했다. 전기차에 이어 대동공업, 아세아텍 등 농기계기업도 전기농기계 생산 및 수출을 추진하고 중국의 전기차 기업인 BYD의 대구 유치도 추진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대구 신서동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와 의료R&D특구에 71개 역외기업이 3488억원을 투자했다. 대구시는 로봇 의료 에너지 물 전기차 등 5대 신산업 분야에서만 전체 투자유치액의 절반가량인 약 1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권 시장이 추진하는 ‘신산업 혁신’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문화예술분야에서는 올해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에 선정되는 쾌거가 잇따랐다. 대구문화예술의 글로벌화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대구공항은 개항 이후 이용객 3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허브공항의 잠재력을 높여가고 있다.

권 시장은 “대구국가산업단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등에 신산업 분야 앵커기업을 포함해 협력업체의 공장 착공과 가동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