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금 16억 들여 유니폼 나눠줬는데… 슬리퍼·운동복 차림의 택시기사
16일 낮 12시께 서울 중구의 한 기사식당 앞.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주황색 법인 택시들이 속속 식당 앞에 도착했다. 지난 13일부터 법인 택시 기사는 푸른색 체크무늬 셔츠에 검은 조끼, 정장 형태의 바지로 구성된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데 이날 기사들 복장은 각양각색이었다.

슬리퍼에 등산복을 입은 차림새부터 유니폼 위에 항공점퍼를 걸치고 운동복 바지를 입은 기사도 있었다. 택시 기사 김모씨(54)는 “하루 10시간은 일해야 하는데 답답하게 조끼까지 입고 어떻게 근무하느냐”고 말했다.

서울 택시 기사의 유니폼 제도가 도입된 지 1주일이 채 안 됐는데도 복장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유니폼에 불만을 제기하는 택시 기사도 많아 정착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업무상 택시를 탈 일이 많다는 직장인 이성찬 씨(28)는 “네 번 택시를 탄 어제만 해도 규정대로 유니폼을 입고 있는 기사는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택시 기사들 불만도 많다. 불편하다는 단순한 불만도 있지만 개인 택시에는 유니폼을 권장 사항으로 하고 법인 택시만 의무화한 것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크다. 13년 경력의 한 택시 기사는 “유니폼을 입지 않아도 항상 친절하게 손님을 대했다고 자부한다”며 “통제하기 쉬운 법인 택시만 의무화해서 마치 법인 택시 기사들이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6년 만에 택시 기사 유니폼이 부활한다’며 유니폼 제도의 시작을 알렸다. 택시 기사 복장이 불량하다는 민원이 많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초부터 법인 택시 기사들에 의무 착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16억1000만원을 투입해 택시 기사 한 명당 5만원 상당의 셔츠 두 벌, 조끼 한 벌을 지난달 지급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