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른 오전. 수험생들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16일 이른 오전. 수험생들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우리 딸 파이팅!"

원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될 예정이었던 16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목동의 학원가에 롱패딩을 입은 수험생이 차에서 내렸다. 가방을 메고 도시락을 든 학생은 출석카드를 찍고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딸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학부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치동과 목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은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로 북적였다. 전날 오후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 여파로 수능이 전격 연기된 탓이다. 주요 학원들은 일정을 조정해 자습실 등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수능 입실시간인 8시10분이 가까워지자 학원 앞에는 학부모 승용차가 줄지어 멈춰섰다. 학생들은 손에 담요, 초콜릿 등을 들고 분주히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침착"…수험생들 다시 '수능 D-7' 모드
지난 15일 수능 연기 발표전 학생들이 버린 책과 문제집들. / 사진=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지난 15일 수능 연기 발표전 학생들이 버린 책과 문제집들. / 사진=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이날 찾은 목동 종로학원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책을 다 버렸는데 어쩌느냐"며 울상을 짓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원 자습실로 직행했다. 간간이 복도에서 친구 이름을 부르며 학원에 나왔는지 챙기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학원 각 층 복도와 지하주차장 등에는 전날 학생들이 버린 교과서와 문제집, 모의고사 시험지 등이 가득했다. 어림잡아 100포대 이상으로 보였다.

학원 교무실도 분주했다. 이날 휴무 예정이었던 강사들은 일제히 출근했다. 급하게 수능이 연기되면서 당장 학원 식당 운영, 자습실 일정, 출석부 확인, 교재 배부 문제 등으로 동분서주했다. 걱정에 교무실을 찾은 학생들을 다독이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모습도 보였다.

심행천 목동 종로학원 원장(55)은 "전날 원장들이 모여 자정 가까이 대책회의를 진행했다"며 "당장 자습실 운영과 학생 관리가 가능하도록 학원 스케줄을 전면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침착"…수험생들 다시 '수능 D-7' 모드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학원 교무실. 원장과 강사들이 학생 자습실 운영 등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 사진=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학원 교무실. 원장과 강사들이 학생 자습실 운영 등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 사진=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이 학원은 수능 전날까지 매일 오전 7시4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자습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자습 및 식사 시간은 실제 수능 스케줄과 똑같이 운영된다. 한 강사는 "책을 버린 학생들이 많아 전날 미리 준비해둔 학습자료를 배부했다"면서 "오후에는 질의응답 및 추가 자료를 배부해 학습에 지정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원장은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만 잘 다독여 남은 7일 마지막 대비에 총력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능 일정으로 주식 거래시간을 오전 10시로 기존보다 한 시간 늦춘 여의도 증권가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수능은 연기됐지만 혼란을 줄이기 위해 거래시간은 원래 계획대로 평소보다 한 시간 늦춘 방침을 유지했다.

이날 정상 출근한 한 증권사 직원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 일찍 출근했지만 늦춰진 출근 시간은 변동 없다고 전날 공지됐다"고 귀띔했다. 평소 여의도로 출근하는 승객을 태우곤 하던 택시기사 역시 "출근이 늦어져서 그런지 화곡동에서 여의도까지 20분도 안 걸렸다"면서 "여의도 일대 차량도 평소보다 20~30% 적은 것 같다"고 전했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은 정상 출근했다. 당초 행정안전부는 수능 당일 아침 시간대 교통혼잡을 방지하고자 출근시각을 한 시간 늦췄으나, 수능이 연기됨에 따라 평소와 같은 오전 9시로 출근시각을 다시 조정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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