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담합"… 기막힌 도로포장 공사 '나눠먹기'
서울시가 발주한 도로포장 공사를 입찰받는 과정에서 담합한 건설업자들과 이들의 불법을 눈감아준 공무원 등 121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업자 96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의 담합을 묵인하거나 도운 서울시청 공무원 4명 등 공무원 25명도 뇌물수수 또는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에서 이른바 ‘팀장업체’로 담합을 주도한 박모씨(45) 등 건설업자 3명과 뇌물을 수수한 한 구청의 도로과 계장 김모씨(50)는 구속됐다.

이들은 2012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시와 구청에서 발주한 도로포장 공사 611건을 낙찰받는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사비는 4888억원이다. 5년간 서울시에서 발주한 전체 도로포장 공사비 6935억원의 70%가량이 이들에게 지급된 셈이다. 이들은 서울시를 8개 구역으로 쪼개 ‘입찰 나눠먹기’를 조직적으로 공모했다. 팀장업체 8곳을 정해두고 각자 구역을 맡은 뒤 누가 입찰에 참여하고 공사할지 지시했다. 다른 업체가 낙찰받더라도 미리 정한 관내업체가 시공하도록 했다. 관내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낙찰받은 업체에는 공사 대금의 8%, 팀장업체에는 5~10%를 떼줬다. 서울시청과 광진구청·송파구청·은평구청 소속 공무원들은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골프 접대와 뇌물 등 6805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담합이 25년간 계속돼 왔다는 진술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와 장부 보존 기간 등 한계로 최근 5년간 비리에 대해서만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