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이 많아지는 현상은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입니다. 한국에서도 2020년이면 1인 가구 시장 규모가 120조원에 이를 전망이에요.”

1인 가구와 관련한 비즈니스 트렌드를 분석해 지난 9월 《1코노미》를 펴낸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가 말했다. 1코노미는 ‘1인’과 ‘이코노미(경제)’를 합성한 신조어다. 상명대에서 소비자분석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서울대 소비자학과를 졸업하고 동(同)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애제자’다. 2010년부터 매년 김 교수와 함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올해는 ‘한국소비자학회 최우수 논문상’도 받았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대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1980년만 해도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가구의 4.8%에 불과했다”며 “이 비율이 2015년 27.2%로 늘었고, 2020년에는 3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살지만, 나홀로족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도 1코노미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며 “이제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나홀로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선 사업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나홀로족은 생활용품이나 생필품 등은 100g 당 1원이라도 싼 값에 사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상품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포미족’이라고도 불린다. 평소엔 아끼면서 살지만 가끔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 자기를 위한 작은 사치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 2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은 73만원인데, 1인 가구는 95만원”이라며 “나홀로족은 1인당 구매력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1인 가구 트렌드에 주목해 간편식과 소용량·소포장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평면적이고 피상적인 접근에 불과하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적은 용량에 물건을 파는 식의 접근을 넘어 나홀로족의 심리와 욕구를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도 나홀로족이 보이는 특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이들은 집에서 모바일로 쇼핑하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심지어 운동도 피트니스 클럽 대신 집에서 한다. ‘홈 트레이닝(줄여서 홈트)’가 뜨는 이유다.

직장인 나홀로족은 점심시간에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 이로 인해 혼자 누워 쉴 수 있는 낮잠 카페나 힐링 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CJ CGV 여의도점은 예매율이 낮은 낮 시간대 좌석을 직장인들 잠자리로 제공하는 ‘시에스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반려동물을 넘어 반려식물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식물병원이 등장하고,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안전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저가 생활용품 매장 다이소가 3000원짜리 모형 CCTV 카메라를 팔기 시작한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사회 현상이 그렇듯 1코노미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이 교수는 “독거노인의 고독사, 반려동물로 길러지다 버려진 유기견, 화려한 독신 생활과 거리가 먼 저임금 청년 등은 1코노미의 어두운 면”이라며 “특히 ‘청년 1인 가구’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노인 1인 가구’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두고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