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헤이그라운드는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25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지난 6월 준공한 빌딩이다. 루트임팩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손자인 정경선 씨가 2012년 설립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헤이그라운드는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25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지난 6월 준공한 빌딩이다. 루트임팩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손자인 정경선 씨가 2012년 설립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18일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설계도다. 임기 중 일자리 확대를 위한 세부 계획이 담겼다. 특히 일자리 창출의 방점이 ‘공공’보다 ‘민간’에 찍혔다. 로드맵에 담긴 100대 핵심 과제 중 공공 일자리 관련 과제가 7개, 민간 일자리 관련 과제가 41개인 게 단적인 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혁신성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새로운 경제성장을 위한 새 정부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한 뒤 일자리 정책의 무게중심이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획기적인 규제개혁이나 고용 유연성 없이는 중소·벤처기업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벤처 우리사주 출자금 연 1500만원까지 소득공제…혁신창업 늘린다
◆민간 주도 혁신형 창업에 ‘방점’

로드맵에는 혁신형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벤처확인제도가 대표적이다. 그동안은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이 벤처 인증을 주도했다.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육성법)’을 개정해 이 기능을 민간으로 옮길 계획이다. 보증·대출 실적만 좋은 ‘허울뿐인’ 벤처기업이 아니라 혁신성과 성장성을 갖춘 벤처기업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내년 상반기부터 정책금융의 연대보증 면제 대상이 모든 기업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창업 7년 이내 기업만 연대보증이 면제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 금융으로 확산을 유도할 예정이다.

교수가 자유롭게 기술창업을 할 수 있도록 창업 휴직 기간을 늘리고 대학 평가 때 창업 실적을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공기관과 국책연구원 직원이 창업을 위해 휴직할 경우 별도 정원이 인정된다.

근로자의 우리사주 취득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된다. 현재는 연간 4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창업·벤처기업 근로자에 한해 이 한도를 연 1500만원까지 늘려줄 방침이다.

◆혁신성장의 견인차 중소기업

중소기업 정책도 혁신성장을 중심으로 재설계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R&D) 지원을 두 배 확대하고 중소기업 자금난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약속어음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혁신 우수 제품은 초기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제품은 공공구매를 늘리고 온라인 수출 통합 지원 플랫폼 구축, 해외 직접 판매 지원 체계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규제 혁신 3종 세트’도 마련하기로 했다. 네거티브 규제(원칙 허용, 예외 금지) 시스템을 확립하고 신기술·신제품은 법 개정 없이도 우선 출시한 뒤 사후에 생기는 문제만 규제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한편 민관 협업을 통해 현장 규제를 풀어줄 계획이다.

◆“소득주도 정책과 충돌 우려”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 실천을 위한 세부 계획도 내놨다. 우선 현 정부 임기 중 늘리기로 한 공무원 17만4000명 중 60%가량을 소방, 경찰, 생활안전 등 안전 분야에서 증원하기로 했다. 보육, 요양 등 사회 서비스 일자리는 34만 개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기업 인력 충원, 근무시간 단축을 통해서도 추가로 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혁신성장형’ 일자리 정책과 ‘소득주도 성장형’ 일자리 정책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0년까지 최저 시급 1만원으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소득주도 성장에 따로 도입된 일자리 정책이 혁신성장의 핵심 주체인 중소·벤처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 “민간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짠 건 바람직하지만 기존 노동 정책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위는 100대 세부 과제별로 주관부처를 정하고 분기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심은지/주용석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