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친구인 중학생을 살인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실체가 밝혀지면 질수록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7일 오후 2시 서울지방경찰청 2017년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행안위는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 증인과 참고인을 신청하지 않았고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을 중심으로 질의를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발생한 이영학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초동 대처 미흡 등이 쟁점으로 대두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해 여중생 A양(14)에 대한 실종 신고를 단순 가출로 안이하게 판단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제한된 경찰 인력으로 수많은 실종 신고를 모두 강력 범죄로 단정해 수사력을 집중할 수야 없다. 하지만 지구대를 찾은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이영학의 딸을 만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경찰에 알렸지만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구대가 소란스러운 상황이라 못들었다고 해명했지만 뒤늦게 공개된 현장 CCTV상에는 소란스러운 정황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이 최소한 실종되기전 마지막으로 연락을 취하거나 만난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수사를 하고 이영학의 집을 찾아갔더라면 A양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조금만 깊이 파고들어도 A양이 마지막 만난 친구의 어머니가 약 한 달 전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며 소송했다가 투신자살한 이영학의 부인 최 모(32)씨이며 투신과 상관없었던 이마에 찢어진 상처, 컴퓨터로 출력한 유서 등 미심쩍은 사실이 많았다는 것을 연결지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찰은 뒤늦게 A양이 방문했던 이영학의 집 CCTV를 확인하고 이영학 딸과 A양이 함께 들어갔다가 딸만 나오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면제를 먹은 A양이 다음날까지 약 13시간 가까이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이 이씨의 부인 최씨에 대한 폭행과 자살 방조 가능성에 따라 이미 이씨를 내사 대상으로 삼고 있었음에도 이번 사건 초기에 그를 용의자로 특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사건은 관할 서울중랑경찰서 서장에게 범행 4일 만에 사건이 보고된 점도 질타 대상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사건을 두고 "이영학도 문제지만 경찰, 검찰도 문제다"라고 질타했다. 표 의원은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종사건의 90% 이상이 단순가출이나 오해였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10% 중에는 상당히 심각한 사건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경찰은 '별일 아닐 거야'라고 실종 사건을 크게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A양은 실종신고 후에도 이영학의 집에서 13시간 가량 살아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양 실종을 단순 가출 신고라고 안이하게 판단해 시간을 허비했고, A양이 숨진 후 5일 뒤에야 이영학과 딸 이 양을 검거했다.

표 의원은 "실종 후 A양은 13시간이나 살아 있었다. 문 두드리고 초인종 눌러서 이영학이 나오면 A양이 당연히 발견됐을 것이고, 막는다면 이상한 조짐이니 강제진입을 할 수 있었다. 우리 경찰이 현재 너무 위축되어 있고 비전문적이며 서민들의 아픔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며 경찰의 현실을 비판했다.

또한 표 의원은 검찰이 이영학 계부의 영장을 세 번 연속 기각했던 점에 대해서도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성폭행했다며 경찰이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단순하게 '증거가 불충분하니 보완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검찰이 이영학 부인을 죽인 것이고 경찰이 14세 중학생을 죽인 것이다(아이디 09so****)"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랑경찰서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뒤늦게 전담팀을 꾸리고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측이 밝힌 수사 대상은 △아내 투신과 성매매 혐의 △SNS 등에 나타난 마사지샵 운영과 미성년자 즉석만남 의혹 △후원금 유용 등 재산형성 과정 3가지다.

진상 규명을 위해 중랑서 형사과 강력팀을 비롯해 수사과 지능팀과 사이버팀 등 수사인력이 대거 투입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