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증까지 위조…골머리 앓는 편의점
서울 신대방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태 씨(54)는 젊은 손님이 들어와 술이나 담배를 달라고 하면 신경이 온통 곤두선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위조하는 미성년자들이 급증해서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문서·인장(공·사문서 위조, 공문서부정행사)으로 적발된 미성년자 수는 △2014년 1816명 △2015년 1865명 △지난해 206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신분증 위조 수법은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신분증의 코팅지를 살짝 벗겨내 원래 기재된 숫자를 칼로 긁어낸 뒤 다른 숫자를 덧붙여 생년만 바꾸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위조 신분증을 믿고 술이나 담배를 팔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지난 6월 경기 광명의 한 순댓국밥집은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가져온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가 2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가게 주인 오모씨(55)는 “술을 주문한 손님이 20대로 보이면 사전에 신분증을 달라고 해서 일일이 확인하고 있지만 위조 여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며 “억울하게 영업정지를 당한 뒤부터는 손님의 양해를 얻어 신분증 검사를 하는 장면을 촬영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문서를 위조하는 미성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점주가 청소년에게 주류·담배를 판매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최소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지만 미성년자는 통상 훈방이나 선도 조치에 그친다. 경찰 관계자는 “공문서위조죄는 10년 이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라면서도 “다만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불구속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주 김씨는 “경쟁 업체에서 미성년자에게 돈을 주고 주류나 담배를 사도록 한 뒤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그럼에도 해당 경쟁 업체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분증 위조 여부를 판별해 주는 최신 기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편의점업계 최초로 신분증검사기 및 지문확인 시스템을 도입한 GS25는 3500여 곳에 신분증검사기를 설치했다. 지금도 도입 매장을 하루 평균 80~100여 곳씩 늘리고 있다. 신분증검사기 제조업체인 싸이패스의 이현정 대표는 “신분증 위조 수법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책임이 사실상 점주에게만 있다 보니 신분증검사기가 유일한 해결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