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개혁 의지 부족"…"섣부른 폐지 발언 혼란 초래"
서울 자사고·외고 재지정, 진보·보수 양쪽서 '뭇매'
서울시교육청이 재평가 대상인 5개 외고·자사고·국제중을 모두 재지정한 것과 관련해 진보·보수 진영 양쪽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외고·자사고 폐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던 진보성향의 교육·시민단체는 교육감들이 겉으로는 정부 정책에 찬성하면서 실제로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28일 "서울시교육청의 외고·자사고 폐지 공언은 '말잔치'였다"며 "서울시교육청이 특권학교 학부모들의 눈치를 살피며 일반학교 정상화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이 모든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이라며 "법 개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것과 별도로 서울시교육청도 재지정 평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과거 물의를 일으킨 특권학교의 재지정을 취소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옳다"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7개 시·도 교육감은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에 겉으로는 찬성하나 자기 지역 개혁에 대해서는 미온적 입장"이라며 "(정책 추진을 소홀히 할 경우) 학원 휴일 휴무제, 학원 심야교습금지 등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교육감들의 행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법적 낙선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걱세는 "이번 평가는 문제지와 답안지를 다 주고서 시험을 본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며 학부모 단체를 향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걱세는 "자사고 학부모 등 이해집단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자사고·외고 일반고 전환 정책 흔들기를 즉각 중지하고 다수 국민의 뜻에 따르기 바란다"며 "만일 자사고 학부모들이 개혁을 저지하는 투쟁을 지속한다면 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범국민 촛불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은 교육개혁 의지가 있는 교육감은 당장 내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 선발권을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현 교육감들이 자사고·외고의 문제에 공감하고 폐지에 동의한다면 공립인 서울국제고·성남외고 등을 어떤 방법으로 일반고로 전환할지 해법을 먼저 내야 한다"며 "권한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않은 채 폐지 의지만 천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 성향 단체에서는 섣부른 폐지 공약과 번복으로 교육 현장의 혼란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발표로 교육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면에서 다행스러운 결정"이라며 "하지만 서울시 교육감의 섣부른 폐지 발언은 교육 구성원들의 첨예한 대립과 학교 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교육감이 운영성과 평가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폐지 발언을 함으로써 해당 학교는 물론 내년 교육감선거 이후 재지정 평가를 받을 다른 외고·자사고 학생·학부모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교총은 "내년 교육감선거를 의식해 논란을 잠재우고 비난을 면하려는 책임 회피성 의도가 (이번 결정 뒤에) 있다면 엄청난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고교 체제 개편은 외고·자사고의 장단점 평가와 국가 차원의 교육방향, 바람직한 학교체제 등을 먼저 논의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목 전국자사고 교장협의회장은 "재지정 평가 결과는 서울 자사고들이 도입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자사고 폐지를 전제로 한 정책 제안에는 동의할 수 없고, 추첨제 등 선발 방식 변경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이재영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