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잘려나간 소나무 숲(왼쪽 사진). 이렇게 잘려진 소나무는 파쇄돼 우드 칩 등으로 재가공된다. 산림청  제공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잘려나간 소나무 숲(왼쪽 사진). 이렇게 잘려진 소나무는 파쇄돼 우드 칩 등으로 재가공된다. 산림청 제공
해마다 봄이 되면 소나무 숲을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애써 가꾼 소나무를 100% 고사시키는 이 무시무시한 병의 이름은 소나무재선충병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이 소나무 수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3개월 내 소나무가 붉게 고사하도록 하는 병이다.

1㎜ 내외의 소나무선충은 스스로 이동능력이 없어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의 몸을 빌려 이동한다.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은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돼 고사된 나무에 가을철에 알을 낳고, 그 알이 애벌레 상태로 부화해 월동한다. 이듬해 봄 솔수염하늘소 애벌레는 번데기로 용화, 이때 고사목 내의 소나무재선충은 번데기로 침입해 고사목 밖으로 탈출을 준비한다. 솔수염하늘소 번데기는 4월부터 성충이 돼 고사목 밖으로 나와 여름내 주변 건강한 소나무를 갉아먹으며 생장한다. 이때 소나무에 생긴 상처에 소나무재선충이 안착해 소나무 안으로 침입, 소나무를 말려 죽인다. 한 쌍의 소나무재선충이 20일여간 20만 마리로 번식, 피해 고사목은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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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에 따르면 재선충병은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전국 109개 시·군·구에서 소나무 99만 그루에 피해를 줬다. 지역별로는 울산(15만 그루), 경북(31만 그루), 경남(16만 그루), 제주(23만 그루) 등 4개 지역의 피해가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이 기간 새롭게 대구 수성, 경기 파주, 충남 부여·홍성, 전북 익산·정읍, 전남 고흥 등 11개 지역에서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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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은 지난달 피해 고사목 99만 그루를 전량 방제했다. 다행히 재선충병 피해 규모는 전년보다 28% 감소하는 등 매년 줄어들고 있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소나무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우화 시기를 고려해 지난해 10월부터 내륙지역은 3월 말, 제주지역은 4월 말까지 피해 고사목을 방제했다. 이 기간 예산 1032억원, 방제인력 하루 4000여 명을 투입해 고사목 99만 그루뿐만 아니라 감염 우려목, 매개충 서식처가 될 수 있는 일반 고사목 등 총 287만 그루를 제거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범정부적인 총력 대응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4월 기준 218만 그루이던 피해 고사목은 2015년 4월 174만 그루, 2016년 4월 137만 그루, 올해 4월 99만 그루로 크게 줄었다. 전년 대비 피해 감소폭도 2015년 20.5%, 2016년 20.9%, 2017년 27.7%로 확대되고 있다.

산림청은 과학적인 예찰과 방제품질 향상으로 전년 대비 피해 감소폭을 2018년 40%, 2019년 이후에는 매년 50% 줄어들도록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2020년까지 피해목 발생을 관리 가능한 수준인 10만 그루대로 줄일 계획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줄이기 위해 최첨단 기술도 동원되고 있다.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한 예찰 면적은 2015년 5000㏊에서 지난해 5만㏊로 10배 넓혔고 올해는 10만㏊에 달한다. 근접무선통신(NFC) 전자예찰함도 지난해 20개 지역 2000개에서 올해 40개 지역 4000개로 확대했다. NFC를 활용해 지난해 5월 이후 신규발생지 11개소를 조기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병암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동참으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감소 추세에 있으며 2020년에는 관리 가능한 수준인 10만 그루대로 피해목이 감소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중한 우리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