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 실종에 사라지는 무료대여 서비스
시민 편의를 위해 무료로 제공되던 공공대여 서비스들이 사라지고 있다. 시민들의 양심을 믿고 시작했으나 시민의식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포기 선언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철역의 우산 대여 서비스다. 서울 등 수도권 지하철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비오는 날 우산 대여 서비스를 해 왔다. 주로 인근 교회나 자선단체로부터 기증을 받아 무료로 빌려줬지만 회수율은 10~20% 수준에 그쳤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 400여 개 전철역에서 우산 대여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거의 회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투입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키자며 1980년대 후반부터 수도권 각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료 도서관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다만 서울 미아역, 수유역 등 일부 역에서 회원 가입을 거쳐 신분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책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역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공공대여 서비스는 비상의약품(굿닥)과 휴대폰 충전(해피서비스) 두 가지다. 그나마도 곧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부터 지하철 5~8호선 35개 역에 연고 반창고 파스 생리대 등을 비치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시행 한 달도 되지 않아 상당수 의약품 함이 빈 상자가 되면서 서비스가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주일에 한 번씩 약품을 채우고 있는데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은 적정량만 넣어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범운영 기간인 11월까지는 시행하겠지만 연장 계획은 없다”고 했다.

서울지하철 5~8호선 152개 역에서 운영 중인 휴대폰 충전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보조배터리 제작업체 프리비솔루션이 157개의 무료 휴대폰 충전기를 설치했으나 이용객들이 함부로 다루면서 상당수가 고장 나 방치된 상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