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도 수사팀 대부분 출근…기각 사유 분석에 총력

검찰, 정유라 영장 기각에 '당혹'…재청구 카드 '만지작'
'최순실 국정농단' 마지막 피의자인 정유라(21)씨 구속영장이 3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되자 한때 당혹감에 휩싸였던 검찰이 전열을 가다듬고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씨 수사를 주도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 소속 검사들은 이날 오후 대부분 서초동 청사로 나와 법원에서 영장 기각 사유로 언급한 점들을 꼼꼼하게 따져보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전날 정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이 끝난 뒤 내심 영장 발부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등과 관련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된 데다 정씨가 도피와 잠적을 반복하며 덴마크에서 5개월간 구금 생활을 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혐의의 경중을 떠나 범죄인 인도를 통해 해외에서 어렵게 데려온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전례가 드물다는 점도 검찰이 낙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정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수사팀 내부에선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사유는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

범죄 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를 비롯해 ▲ 기본적 증거 자료들이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염려가 없는 점 ▲ 외국에서 진행된 범죄인 인도 결정의 불복 절차 중 이의를 철회해 자진 귀국하게 된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여기에 ▲ 주민등록 주소지에서 거주할 예정인 점 ▲ 모친인 최순실(61)씨가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덴마크 현지에 23개월된 아기를 남겨 두고 온 점 등 가족관계도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검찰은 일단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언급이 없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법원도 정씨의 범죄 혐의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정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은 되나 범행을 시작하고 주도한 것은 엄마인 최순실씨 아니냐는 게 법원 판단의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최씨가 관련 재판에서 혐의를 극구 부인하는 점에 비춰 증거인멸 가능성이 여전히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

정씨가 덴마크 검찰·법원의 범죄인 인도 결정에 대한 이의 절차를 포기한 것도 '해봐야 승산이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봐야지 이를 자진 입국으로 해석해 영장 기각 사유로 삼은 것은 지나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사정의 연장선에서 검찰이 보강 수사를 거쳐 정씨의 기존 혐의를 더욱 명확히 하거나 새로운 혐의를 추가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뒤따른다.

정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연루된 '삼성 뇌물'의 최종 수혜자일뿐더러 당시 정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증언해줄 '키맨'이라는 점도 영장 재청구 여부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