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 대안리의 구옥(舊屋)에서 잡초를 친구 삼아 살아가는 고진하(왼쪽), 권포근 부부.
강원 원주 대안리의 구옥(舊屋)에서 잡초를 친구 삼아 살아가는 고진하(왼쪽), 권포근 부부.
8년 전, 부부는 낡고 오래된 한옥으로 이사를 했다. 앞마당과 뒤뜰엔 잡초가 자랐다. 성기고 억센 잡초와 친해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잡초 같은 신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로소 잡초를 들여다보게 됐다. 뜯어먹고, 연구하게 됐다. 몸을 낮춰야 잡초가 보인다. 부부는 낮은 마음으로 잡초와 사귄다. ‘불편당(不便堂)’이라 이름 붙은 이 한옥 앞마당엔 그런 풀들이 수십 가지나 자란다.

강원 원주 대안리에서 잡초를 친구 삼아 살아가는 고진하 시인과 부인 권포근 씨 부부의 이야기다. 부부의 손만 타면 잡초들은 귀한 식재료로 바뀐다. 원주 산골에서 잡초 요리를 먹고 사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흔한 것을 귀하게 보았다

▷대문간에 ‘흔한 것이 귀하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더군요.

“토끼풀, 개망초, 질경이, 민들레, 쇠비름, 왕고들빼기, 곰보배추, 까마중, 환삼덩굴, 엉겅퀴, 돌콩, 우슬초, 달개비…. 모두 길가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풀들입니다. 시골 농부들조차 없애야 할 풀이라고 생각하죠.”

▷그런 풀 어디가 귀하다는 말씀입니까.

“저희 부부가 이 집으로 이사 온 게 8년 전입니다. 어느 날은 무성한 잡초를 보다 못해 장독대 주변에 자란 풀들을 낫으로 베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잡초도 채소와 비슷할 터인데 먹을 수는 없을까.”

▷잡초들이 달리 보였겠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부분 먹어도 문제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흔한 풀들이 저마다 귀하게 대접해야 할 식물이었죠. 질경이를 차로 끓여보니 아주 달착지근하고 담백했습니다. 목도 시원해졌고요. 알고 보니 집 앞에 지천으로 널린 풀들이 제각각의 맛과 효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식물도감 같은 책을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죠. 거의 모든 잡초가 영양이 풍부하고 약성(藥性)도 뛰어나다는 것 또한 배웠습니다.”
벼룩나물 샐러드
벼룩나물 샐러드
흔하다고 깔보지 마세요

▷어쩌다 원주 산골에 살게 되었나요.

“우리는 결혼 후 거의 시골 생활을 했어요. 자연과 산의 기운을 받아 시도 쓰고…. 하지만 이 집에 처음 와보고는 정말 기함을 했어요. 치악산 아래 행구동에 세들어 살던 2층 양옥집에 비하면 낡아도 너무 낡았던 겁니다. 하지만 이 집 때문에 잡초요리사로 데뷔까지 했네요.”

▷잡초는 어떻게 요리하나요.

“몇 년 전 가뭄 때문에 배추 한 포기가 만원을 넘은 적이 있습니다. 배추를 사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대신 바구니를 끼고 들로 나갔습니다. 왕고들빼기며 개망초, 우슬초, 모시물통이를 뜯어다 겉절이를 했죠.”

▷잡초 모둠 겉절이네요.

“잡초비빔밥도 많이 해먹었습니다. 한 가지 잡초만 먹으면 한 가지 맛만 나는데, 여러 종류를 섞어 비벼 먹으면 그 맛이 다 어울립니다. 잡초를 씻은 다음 끓는 물에 1분 동안 데쳐서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고 밥이랑 비벼보세요. 그렇게 해먹고 나면 새처럼 몸이 날아갈 듯 가볍습니다. 개망초 무침도 자주 해먹었죠.”

▷잡초 요리에 거부감을 보인 손님은 없었나요.

“처음엔 다들 어색해 합니다. 잡초가 억세고 맛이 없거나 몸에 좋지 않을 것이란 편견도 있고요. 여러 요리실험을 했습니다. 그렇게 개발한 요리법을 엮어 첫 책인 《잡초레시피》를 냈습니다. ‘잡초를 어떻게 먹어?’ 하는 분들을 위해 쓴 책이죠. 이어 잡초가 지니고 있는 놀라운 약성을 알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쓴 게 《잡초치유밥상》 두 번째 책입니다.”

밥상이 약상이다

▷잡초에도 약성이 있습니까.

“잡초는 스스로 힘을 키워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뭄이 들어도 다른 농산물은 쉽게 죽어나가지만 잡초는 다릅니다. 제(고진하 시인)가 고혈압으로 오래 고생했습니다. 알고 보니 뒤뜰에 가면 차고 넘치는 게 고혈압에 좋은 환삼덩굴이었습니다. 혈압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던 딸은 마당의 토끼풀을 양념에 버무려 먹고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심혈관에 좋은 비름, 관절염에 좋은 우슬초도 있습니다. 쇠비름은 오메가3가 가장 많은 식물인데, 일본에서는 마트에서도 팝니다. 요리법도 많이 개발돼 있습니다.”

FARM 고은이 기자

(총 4100자 분량으로 지면 사정상 줄여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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