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직원·동창·학생 4자협의체 종료…법인 이사장 "더뎌도 좋은 방안 만들어야"

정유라 사태에서 시작한 이화여대 차기 총장선출을 둘러싼 진통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여전히 투표 반영비율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은 가운데 공은 학교법인 이사회로 넘어갔다.

11일 이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전날 있었던 '제16대 총장후보 선출 4자 협의체' 14차 회의에 학교법인 이화학당 장명수 이사장이 참석했다.

4자 협의체는 최경희 전 총장이 물러난 이후 교수, 직원, 동창, 학생 등 4자가 차기 총장 후보 선출을 논의하게끔 이사회가 구성을 제안한 모임이다.

장 이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구성원들이 이렇게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처음 있는 일이며 지난해 이화에서 터진 시련이 준 선물"이라며 더디게 나아가더라도 중요한 의미를 새기면서 좋은 선출안을 만들어야 하고, 마지막 회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자 협의체 1차 회의는 2월9일 열렸다.

그간 격론을 거치며 14차례 회의를 이어왔음에도 차기 총장 후보를 어떻게 뽑을 것인지에 대한 핵심 쟁점의 결론이 나지 않자 이사장이 참석해 정리를 부탁한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이견은 총장 후보 선거 시 각 구성원의 투표 반영비율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4자 구성원들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각자의 반영비율은 교수 80.9%, 직원 15%, 학생 25%, 동창 3%였다.

산술적으로 모두 합하면 123.9%로 100%를 넘어버린다.

교수들을 대표하는 교수평의회는 학생들의 투표 반영비율이 7.5% 정도면 적당하다는 입장이어서 교수와 학생 간 의견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장 이사장은 회의에서 교수 측의 양보를 촉구했다.

그는 "학생과 직원이 높은 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지난해 사태의 결과물"이라며 "교수들은 총장선출이 교수들만의 일이라는 생각을 지난해를 분기점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학생이 직원보다 더 높은 수치를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사태가 있었지만, 총장선출에서 교수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중재를 시도했다.

이대의 한 교수는 "시대가 변한 만큼 교수들만으로 총장을 뽑는 게 아니라는 점엔 동의한다"면서 "다른 구성단위와 의논해서 하기는 하되 교수가 여전히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를 원만하게 이끌기 위해 재단이 노력한 점은 존중한다"며 "교수 설문조사에서 나온 (80% 등) 부분은 존중돼야 한다.

이 부분을 주시하면서 지켜볼 것"이라고 이대 교수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교수, 직원, 동창 측이 협의체를 종료하고 최종 결정을 이사회가 내릴 것을 요청하면서 2개월 넘게 이어진 협의체 회의는 마무리됐다.

총학생회는 조만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1886년 개교한 이대 130년 역사에서 총장이 임기 도중 불명예 퇴진해 궐위 상태가 이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