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검찰 직원 안내로 서울중앙지검 10층 대기장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검찰 직원 안내로 서울중앙지검 10층 대기장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 수감됐다.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1995년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파면(탄핵) 결정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방법원 321호 법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자신의 결백과 구속의 부당성을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범죄혐의가 13가지에 달하는 데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녹음파일 등을 통해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31일 새벽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을 발부했다.

◆“재단 출연 강요 등 사안 중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뇌물죄'가 구속 결정적 요인…'공범'들과 형평성도 감안
법원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밝힌 구속 사유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와 검찰 특수본의 대면조사, 헌재 결정 및 법원 재판 등을 통해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사안도 중대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53개 기업에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300억원가량의 뇌물을 받은 의혹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은 영장심사에서 “헌법상 보장된 기업 경영의 자유와 기업 재산권을 침해해 사안이 중대하다”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과 유영하·채명성 변호사는 장시간에 걸쳐 검찰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기업이 두 재단에 자발적으로 기금을 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미 구속된 다른 공범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불구속 상태에서는 재판 출석을 거부하거나 다른 피의자들에게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신뢰 저버려 비난 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정도’(죄질)도 구속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거센 비난이 일었다”며 “법원이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는 실형 선고 가능성과 함께 사회적 비난의 강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이런 점을 의식해 법원에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해 국정 농단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국격을 실추시키고 국민 신뢰를 저버렸는데도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관계까지 부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아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