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재차 강조로 우회 비판할듯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불복을 시사하면서 13일 퇴임하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행은 이날 오전 청사 1층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하고, 6년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끝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관 8명의 전원 일치 결정을 끌어낸 지 3일 만이다.

이 대행은 퇴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법치주의를 중심으로 화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행은 탄핵심판 선고에서도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전날 청와대에서 사저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 대행의 퇴임사에 담길 내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면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헌재의 탄핵 결정을 마음속으로 승복할 수 없다는 뜻을 담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대해 "사익을 추구한 바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헌재 안팎에서는 일단 박 전 대통령의 불복 시사에도 불구하고 이 대행이 직접적인 대응 발언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대행은 원래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라면서 "판사는 판결로 얘기하는 것일 뿐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법치주의'를 재차 강조하면서 우회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대행은 지난 주말 모처럼 휴식을 취하면서 퇴임사를 직접 손봤으며, 전날 박 전 대통령의 발언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던 이 대행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 그의 마지막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